"은행주와 건설주 밸류에이션이 역사적 최저점까지 떨어졌습니다."
강대권 라이프자산운용 대표(사진)는 3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내년 경기 전망이 개선되고 있다"며 "반도체, 2차전지 뿐만 아니라 그간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은행, 건설주로 경기 회복의 온기가 퍼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강대권 대표는 가치투자 매니저로 꼽힌다. 대표적인 가치투자 하우스인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의 공채 1기로 자산운용업계에 입문했다. 2014년 유경PSG운용의 전신인 드림자산운용의 최연소 CIO에 올랐고, 현재 라이프자산운용을 이끌고 있다.
라이프자산운용의 운용자산(AUM) 규모는 8200억원 수준. 이 중 3분의 2를 강 대표가 직접 운용한다. 대표 펀드인 ‘라이프한국기업ESG향상 제1호’의 올해 수익률은 24.95%(27일 기준)이다. 같은 기간 벤치마크(비교지수)인 코스피 상승률은 11.59%에 그쳤다. 가치투자를 주로 하되 주주친화정책 등을 요구하는 ESG 행동주의 전략을 병행해 수익률을 높였다.
강 대표는 내년 상반기까지의 국내 증시를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경기가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전세계 경기 흐름을 좌우하는 미국의 소비심리가 견조한 데다 중국을 중심으로 신흥국 경제도 3분기 바닥을 지났다"고 평가했다. 또 "증시를 부양하려는 정부 의지도 공매도 금지를 계기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강대권 대표는 은행 및 건설주에 주목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강 대표는 "극단적으로 부정적 평가가 나오는 은행, 건설주에 접근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바벨 전략을 추천했다. 바벨의 추가 양쪽 끝에 있는 것처럼 수익률이 낮지만 안정적인 자산과 위험이 높지만 수익률이 높은 공격적 자산에 투자를 배분하는 방식이다. 그는 "재고 정리가 마무리된 반도체 업종은 내년 상반기까지 좋겠지만 주가가 너무 올랐다"며 "성장성이 보장된 반도체와 주가 상승 여지가 큰 은행, 건설주를 같이 가져가는 게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펀드매니저인 그의 투자 원칙도 '분산'이다. 강 대표는 "여러가지를 산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내 예상이 틀릴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있다"며 "분산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업종 및 산업이 겹치지 않도록 유의한다"고 전했다. 이런 신중함은 경험에서 비롯됐다. 2008년 금융위기 직전에 펀드매니저가 된 그는 위기 관리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가치투자를 지향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는 "저평가된 가치주의 매력은 위기에도 손실이 제한적이라는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투자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끝으로 개인 투자자에게는 "코로나19 직후 국내 증시가 활황이던 2020년이 다시 오기는 어렵다"고 단언했다. 강 대표는 "무분별하게 특정 테마주를 좇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빨리 돈을 벌겠다는 생각보다는 긴 호흡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지효 기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