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최악의 경우 내년에도 1%대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지정학적 갈등이 심화해 원자재가격이 상승하는 시나리오에서다.
한은은 30일 2023년 11월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분석했다. '지정학적 갈등이 다시 심화되면서 원자재가격이 상승하고 이차 파급효과가 확대'되는 시나리오에서 내년 성장률은 1.9%로 제시됐다. 기본 전망치 2.1%보다 0.2%포인트 낮아지면서 올해 1.4%에 이어 2년 연속 1%대 성장이 나타날 것이란 예측이다.
이 시나리오에서 물가상승률은 2.8%까지 높아질 것으로 봤다. 이 역시 기본 전망치 2.6%에 비해 높은 것이다. 저성장 고물가 상황이 더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한은은 이날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와 내년, 2025년의 경제지표 전망치를 내놨다. 시나리오 분석이 아닌 기본 전망에서는 성장 개선 흐름과 물가 둔화 흐름이 이어지는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은 현 상황에서는 내년 성장률이 2.1%를 기록해 올해 1.4%에 비해 0.7%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봤다. 수출과 설비투자회복에 힘입어 개선 흐름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다. 반면 내수 회복 모멘텀은 약화할 것으로 봤다. 이에 따라 기존 전망치 2.2%보다 0.1%포인트 낮은 수치를 제시했다. 2025년 성장률은 2.3%로 나타났다. 작으나마 증가 흐름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물가상승률은 올해 3.6%에서 내년 2.6%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물가 둔화흐름이 나타나는 것이지만 두 전망치 모두 기존 전망치(올해 3.5%, 내년 2.4%) 보다는 상향됐다. 2025년 물가상승률은 2.1%로 제시됐다.
물가 흐름은 11월 중 상당폭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에는 상반기 중 3% 내외로 둔화되는 것으로 예측했다.이창용 한은 총재는 "물가가 2025년 초 목표 수준에 수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상수지는 흑자 규모가 올해 300억달러에서 내년 490억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글로벌 교역이 회복되면서 흑자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GDP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은 올해 1%대 후반에서 내년 2%대 후반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측됐다. 취업자 수는 올해 34만명 증가에서 내년 24만명 증가로 둔화할 전망이다. 내수 부진에 따른 영향이다.
한은은 반도체 수출이 예상보다 빠르게 반등하는 시나리오도 분석했다. 이 경우 내년 성장률은 2.1%보다 0.2%포인트 올라 2.3%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물가는 경기 회복에 따라 2.8%로 더 높아질 것으로 예측됐다.
한은은 "국내경기는 수출을 중심으로 개선흐름을 이어가고, 물가상승률은 비용인상 압력의 영향으로 당초 예상보다는 다소 높아질 것으로 보이나 추세적으로는 둔화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