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의 청·장년 작가 8명이 인도네시아의 미술 도시 족자카르타에서 형식과 매체, 예술적 주제, 작가적 지향점, 작가적 고민 등을 담은 전시회를 연다.
광주의 아트 컨설팅 업체 콜렉티브 오피스와 아트자카르타&인도아트나우의 협업으로 마련된 이번 전시는 2024년 광주비엔날레에 예정된 인도네시아 파빌리온 개최와 족자카르타비엔날레 기념초대전 및 레지던시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전시 제목은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
지난 23일 개막해 다음 달 14일까지 족자카르타의 갤러리 잇츠레디스페이스에서 열린다.
콜렉티브오피스는 광주 지역 청·장년 작가의 국제 교류의 장을 넓히고 국제 레지던시 및 전시 기회를 늘리기 위해 세계 미술시장의 중요한 현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인도네시아에 진출할 기회를 마련했다.
참여 작가는 김자이·유지원·이세현·이인성·임용현·정승원·정정하·하루.K 등으로 회화와 사진, 설치, 영상, 판화 등 총 32작품 182점을 출품했다.
전시 제목은 영국의 미술비평가이자 사회비평가인 존 버거의 2005년 저서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에서 가져왔다.
"세계 곳곳의 경계와 시간을 넘어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동시대 작가들의 정체성을 질문하고 사회적 존재로서의 자리를 함께 고민하고 나누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했다"는 게 전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참여 작가 8명은 1980년대 전후로 광주에서 태어나 한국 현대사 및 문화사를 통틀어 가장 혁신적인 발전과 변화의 중심이었던 시대에 유년과 학창 시절을 보냈다.
이들은 한국 현대미술의 획기적인 사건이었던 1995년 광주비엔날레 창설 이후, 매회 비엔날레를 경험하고, 관람하며 작가의 꿈을 키운 세대다.
김자이는 휴식의 언어(정적인 휴식· 동적인 휴식)를 시각적으로 기록하는 작업을 설치, 사진, 조각 및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구현했다.
정승원은 실크스크린 위주의 판화 작품을 선보였다.
하루.k는 음식으로 표현되는 물질과 산수로, 우리의 삶의 문제를 초현실적이고 유희적인 시각적 표현으로 담아냈다.
전시와 작가를 위한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한국과 인도네시아 간 민간 교류로 기획됐다.
전시는 공공기금 없이 전 예산을 양국의 민간 기업 및 개인의 후원으로 진행됐다.
아트자카르타와 콜렉티브오피스, 친환경소재의 패션·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이새FnC, 그림닷컴, 스타트업 기업 우리가 등이 기금을 후원했고 이제이엠 컴퍼니, 발해그래픽스, 인도 아트 등이 협찬했다.
인도네시아 유력 갤러리 스리사산티 및 대안공간 랑가메스56과도 협업을 거쳤다.
콜렉티브오피스 관계자는 "공공기금 없이 민간자본 및 후원으로 추진한 이번 프로젝트는 하루.K 작가의 작품이 전시 개막 전 선 판매됐고 스리사산티 갤러리에서 내년 전시 제안을 받는 등 기대 이상으로 출발했다"고 소개했다.
전시 포스터는 잇츠레디스페이스의 주인이자 인도네시아 스타작가인 룔(락사마나 료)이 디자인해 화제를 불러모았다.
참여 작가의 족자카르타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콜렉티브오피스와 공동 후원한 스타트업 기업 우리가의 윤의진 대표는 "평소 지속이 가능한 주거문화와 조합의 고충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느껴왔던 사회·구조적 문제는 물론 어려움을 이겨나가기 위한 회사의 철학과 예술가의 작품세계가 지닌 공통점이 많다는 걸 발견했다"며 "회사와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들이 함께 성장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광주=임동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