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이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를 유치하는 데에는 실패했지만, 지난 1년 반 동안 정부와 기업이 전방위 유치전을 벌이면서 외교와 경제 지평이 한층 넓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관이 원팀이 돼 170여 개국, 3000여 명의 정상·각료 등 고위 인사를 만나며 네트워크를 강화한 덕분이다.
정부는 지난 5월 서울에서 처음으로 개최한 ‘한·태평양 도서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부산 엑스포 지지를 요청하며 도서국 중 한 곳인 니우에와 정식 수교를 맺었다. 태평양 도서국 18개국은 엑스포 개최지 선정 때 한 표씩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 속 전략적 요충지이기도 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서 북마케도니아, 부룬디, 모리타니, 네팔, 아이티 등 9개국 정상과 수교 이후 첫 양자 회담을 통해 부산을 알렸다. 외교 소식통은 “네트워크가 덜 촘촘했던 아프리카나 태평양 도서국, 중남미 등에 대한 외교망이 굉장히 확충된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말했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역할도 커졌다. 정부는 개발도상국에 대한 공적개발원조(ODA)를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내년 ODA 예산을 올해보다 44% 많은 6조5000억원으로 늘렸다. 정부는 내년에 룩셈부르크, 리투아니아, 마셜제도, 보츠와나, 수리남 등 12개국에 공관을 새로 개설하기로 했다.
기업들은 새로운 사업 기회를 포착했다. SK그룹 한 계열사는 유치 지원 과정에서 유럽 일부 국가와 전통 및 신재생에너지 분야 공동개발협약(JDA) 또는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서두르는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SK와 전기차 배터리 등의 분야에서 협력을 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전기차에 부산의 감성을 담은 그라피티를 입힌 아트카를 세계 각지에서 운행하며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봤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에 형성한 네트워크가 미래사업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일규/김재후/맹진규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