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실을 대대적으로 바꾼다. 비서실장 산하 수석비서관 6명 중 5명을 교체할 뿐 아니라 정책실장 신설 등 조직개편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29일 알려졌다. 대통령실의 정책 조정 기능을 강화하고, 각종 민생 정책을 적극적으로 발굴하는 역할까지 하겠다는 취지다.
대통령실 및 청와대에 정책실장을 둔 사례는 과거 정부에도 많다. 당장 직전 문재인 정부도 정책실장을 뒀다. 이명박 정부 땐 집권 2년 차 때 만들었다. 윤석열 정부도 출범 직전까지 정책실장을 둘지 고민했는데, 당시엔 ‘슬림한 대통령실’을 추구하면서 없애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집권한 지 만 1년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정책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지면서 정책실장직 신설이 유력하게 검토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정부 부처가 사전 조율을 제대로 거치지 않고 정책을 발표해 논란이 생기는 경우가 여러 차례 있었던 것도 정책실장 신설 배경 중 하나다. 현재 정책 및 정무 관련 업무를 모두 관장하고 있는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역시 정책실장 신설에 힘을 실었다고 전해졌다. 김 실장은 이명박 정부 때 청와대 정책실장을 맡은 적이 있다.
정책실장으로 사실상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사진)은 산업통상자원부 출신(행정고시 27회)으로 정책조정 능력과 추진력이 뛰어나 윤 대통령의 신임이 두텁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수석은 이미 노동개혁 등 이해관계가 첨예하거나 논란이 큰 사안들을 기존 업무 영역과 상관없이 떠맡아왔다.
여권 일각에서는 대통령실이 너무 비대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지만, 역대 정부 대부분이 3실장 혹은 4실장 체제로 운영됐다는 점을 감안해 정책실장을 신설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앞으로 대통령실은 김대기 비서실장-이관섭 정책실장-조태용 국가안보실장 등 3실장 체제로 운영된다.
수석비서관은 대거 교체된다. 강승규 시민사회수석과 김은혜 홍보수석, 안상훈 사회수석은 내년 4월 총선 출마가 유력하다. 최상목 경제수석은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사실상 내정된 상태다. 이진복 정무수석은 한국거래소 등 공공기관으로 자리를 옮길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고, 출마 가능성도 있다.
새 정무수석에는 한오섭 국정상황실장이, 홍보수석에는 이도운 대변인이, 시민사회수석에는 황상무 전 KBS 앵커가 유력하다. 경제수석은 박춘섭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수석은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맡을 예정이다. 과학기술수석과 복지수석 등은 당초 신설이 유력했지만 이번 발표에는 빠질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 엑스포 유치를 담당했던 미래전략기획관은 폐지될 가능성이 크다.
장관급 인선도 막바지 검증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 28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다음주부터 떠나는 분이 있을 것”이라며 12월 초 개각을 공식화했다. 최상목 수석이 내정된 기재부를 포함해 10개 이상 부처가 개각 대상으로 알려졌다.
총선 출마가 확실시되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 후임에는 심교언 국토연구원장,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등의 이름이 거론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등의 장관도 교체될 가능성이 있다. 금융위원장이 교체된다면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유력하다는 얘기도 있다.
유임으로 굳혀졌던 박진 외교부 장관은 엑스포 유치 실패 이후 교체로 가닥이 잡혔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출마하더라도 교체 시점이 늦춰질 수 있다. 한 장관 후임으로는 박성재 전 서울고검장 등이 1순위 후보로 전해졌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