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인, 우리 삼촌과 닮았어요"…'서울의 봄' 본 유족의 눈물

입력 2023-11-29 09:35
수정 2023-11-29 09:36


영화 '서울의 봄'을 본 12.12 군사 반란 유족이 영화와 출연 배우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12.12 군사 반란 당시 목숨을 잃은 김오랑 중령의 조카 김영진 씨는 27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정해인 씨 얼굴 자체가 삼촌 젊었을 때 하고 얼굴이 좀 많이 닮은 형태라, 베레모 쓰고 해놓으니까 생각이 많이 났다"고 말했다.

김 중령은 특전사령관이었던 정병주 소장의 비서실장으로, 12.12 군사 반란 당시 체포조를 이끌고 온 3공수여단 15대대장 박종규 중령에 권총 한 자루를 가지고 맞서다 희생됐다. 당시 김 중령의 나이는 35세였다.

'서울의 봄'에서는 김 중령을 모티브로 한 오진호 소령이 등장하는데, 이 인물을 배우 정해인이 연기했다.

김씨는 삼촌을 살해한 박종규 중령이 임종 직전 "자기가 죽으면 '오랑이한테 가서 잘못했다고 사과하겠다'고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마음이 그렇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영화로 인해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삼촌과 12.12 군사 반란에 대해) 다 아는 계기가 됐다"면서 영화를 연출한 김성수 감독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김 중령의 아내인 백영옥 씨는 남편의 죽음 이후 충격으로 시신경 마비가 되며 실명한 후 1991년 6월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경찰은 실족사로 결론지었다. 그의 부모님 또한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이후 특전사령관을 지키고 군사 반란에 맞서 군인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다 희생된 사실이 알려지게 됐다. 당시 김 중령의 직책은 '소령'이었지만, 1990년 중령으로 추서됐고, 2014년에는 보국훈장이 추서됐다.

당시 군 기록에는 "출동한 계엄군에게 대항하다가 김오랑 소령이 먼저 사격하자 계엄군이 응사하는 상호 총격전이 벌어져 계엄군이 발사한 엠16 소총에 맞아 현장 사살"이라고 적혀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대통령 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는 "이 사건을 직권으로 조사한 결과, 반란군이 김 중령의 직속상관인 특전사령관을 체포하려고 총기를 난사하며 난입하자 김 중령이 권총을 쏘며 대항하다가 숨졌다는 선후 관계를 확인했다"고 정정했다.

이와 함께 사망 43년, 12.12 사건을 군사 반란이라고 규정한 지 25년 만에 사망 구분이 '순직'에서 '전사'로 변경됐다. 군 인사법에 따르면 전사자는 '적과의 교전 또는 무장 폭동·반란 등을 방지하기 위한 행위로 인해 사망한 사람', '순직자는 직무수행이나 교육훈련 중 사망한 사람'으로 명시하고 있다.

한편 '서울의 봄'은 12.12 군사 반란을 소재로 처음 만들어졌다. 개봉 엿새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