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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상반기 내내 보유량을 줄여온 미국 석유 메이저 기업 주식 비중을 지난 3분기 다시 늘렸다. 향후 이익 증가가 예상되는데 ESG(환경·사회·지배구조)정책에 반한다는 이유로 해당 주식을 매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은 이 같은 포트폴리오 조정이 친환경 탄소배출저감 정책에서 전면 후퇴하는 신호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블랙록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지난 13일 제출한 3분기 주식 보유 현황 공시(13F)에 따르면 미국 석유 메이저 기업 셰브런 주식을 약 34만 주 사들였다. 미국 석유 기업 엑슨모빌 일부를 매각했지만 주가가 상승하면서 포트폴리오 내 비중이 6월 말 0.8%에서 9월 말 0.9%로 상승했다. 올 상반기까지 석유 기업 비중을 줄여오다 최근 다시 늘리고 있는 것이다. 미국 민주당과 환경단체 등은 “블랙록이 친환경 저탄소 정책을 소홀하게 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래리 핑크 회장은 연례 서한 등에서 “정부가 정책을 세우고 법을 제정하는 것이지 자산운용사와 같은 기업이 환경 경찰이 될 수 없다”며 “투자자들이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최상의 정보를 제공할 뿐이며, 기후 데이터도 포함된다”고 선을 그었다.
블랙록의 3분기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큰 변화가 일어난 업종은 제약이다. 23억3000만달러(약 3조원) 규모의 존슨앤드존슨(J&J) 주식을 줄이면서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91%에서 0.83%로 0.08%포인트가량 감소했다. 반면 최근 미국 일라이릴리와 덴마크 노보노디스크 등은 신약을 내세워 존슨앤드존슨의 시가총액을 추월했다. 블랙록 포트폴리오에서 비중이 가장 크게 늘어난 종목은 일라이릴리다. 약 122만 주를 사들였고, 주가 급등으로 포트폴리오 비중이 6월 말 0.83%에서 9월 말 1.01%로 0.18%포인트 늘어났다. 일라이릴리는 비만 치료제 개발에 성공하면서 올 들어 주가가 60% 이상 올랐다.
블랙록은 지난 3분기 빅테크 주식도 일부 조정했다. 애플 주식은 3분기 823만 주(약 13억1000만달러)를 매도했다. 이 기간 주가도 약세를 보이면서 포트폴리오 비중은 같은 기간 5.56%에서 5.08%로 줄었다. 대신 아마존과 메타 주식을 추가 매수해 비중을 높였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