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다 스텝이 엉키면 그게 바로 탱고 아닌가요? 그리고 마음마저 엉키면 그게 바로 사랑이죠. 그래서 탱고는 ‘3분의 사랑’입니다.”
남미의 한 밀롱가. ‘세상의 끝’이란 의미의 ‘수 티엠포’로 불리는 밀롱가에서 노래하는 가수이자 극 중 화자인 화이트(임정희 분)가 ‘베사메무초’를 멋들어지게 부른 뒤 독백처럼 관객에게 들려주는 말이다. 밀롱가는 탱고를 즐기기 위해 모이는 장소를 말한다. 지난 25~26일 경기 고양아람누리 아람극장 무대에 오른 ‘김주원의 탱고발레-3분: 수 티엠포 그녀의 시간’(사진)의 극 중 배경이다.
2019년 초연한 이 작품은 지난해 서울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재연됐다. 객석과 무대의 구분이 없는 블랙박스형 소극장(300석)인 S씨어터에 오른 이 작품이 1800여 석 규모 대극장(아람극장)에서 상연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작품은 밀롱가 ‘수 티엠포’를 찾은 레드(김주원 분)의 사랑과 이별 이야기를 열정적인 탱고음악과 춤, 노래로 풀어낸다. 국립발레단 수석 무용수로 15년간 활약한 ‘스타 발레리나’ 김주원이 탱고음악의 매력에 끌려 발레의 특징적인 움직임을 바탕으로 기획한 작품이다.
탱고와 발레를 접목한 춤과 바이올린·반도네온·베이스·피아노로 구성된 ‘고상지 밴드’의 라이브 연주가 결합한 융복합형 공연이다. 공연 제목의 ‘3분’은 두 파트너가 탱고를 추는 시간을 의미한다. 보통 두 파트너는 약 3분간 만남과 사랑, 이별의 서사를 담아내는 탱고를 춘다. 공연의 서막도 레드와 블랙(김희현 분)이 아스트로 피아졸라 음악에 맞춰 3분간 추는 탱고 듀엣 춤으로 연다. 레드가 탱고를 출 때 여성이 보통 신는 하이힐이 아니라 발레 토슈즈를 신은 것이 눈에 띈다.
공연의 중심은 춤이다. 김주원이 탱고 음악에 맞춰 추는 독무, 김희현 또는 김현웅과 함께 추는 파드되(2인무)는 초연·재연보다 더 원숙해지고 농염해졌다. 재연 때부터 참여한 김희현, 김현웅도 극과 배역에 완전히 녹아든 모습이다. 극적 구성과 연극적인 짜임새도 더 좋아졌다.
전 회 매진을 기록한 S씨어터 공연처럼 소극장의 실험적인 성격뿐 아니라 대극장 공연으로서의 가능성도 보여준 무대였다. 하지만 대극장에 맞게 스토리와 볼거리를 보강할 필요는 있겠다. 이 공연은 다음달 2일 경기 안양 평촌아트홀 무대에 오른다.
송태형 문화선임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