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에 힘을 주고 노래를 부를 때면 정말 행복해요. 나중에 박은빈 누나와 3단 고음 노래를 부르는 게 꿈이에요.”
발달장애인 이한얼 씨(23)는 어눌하지만 천천히, 또박또박 말했다. 지난 27일 서울 장애인부모연대 용산지회 사무실에서 만난 이씨의 표정엔 활기가 넘쳤다. 이씨는 요즘 매주 월요일을 손꼽아 기다린다. 이곳에서 100분씩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하며 보내는 시간이 소중해서다. 이씨는 “가수가 되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며 활짝 웃었다.
이씨가 이런 꿈을 품게 된 것은 지난달부터다. LG유플러스와 이화여대가 꾸린 취약계층 음악정서지원 프로그램 ‘음악 N(앤) You(유)플러스’에 참여하면서다. LG유플러스와 이화여대는 취약계층 및 발달장애인의 사회 참여를 독려하겠다는 목표로 이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작년 10월 프로그램을 꾸려 비정기적으로 운영해오다 지난달부터는 정규 수업으로 확대 운영 중이다. 발달장애인 50여 명, 발달장애인 가족 20여 명, 보육원 아동·청소년 30여 명을 그룹별로 모아 수업한다.
이날 수업엔 이씨를 비롯해 20대 청년 발달장애인 6명이 모였다. 문을 열고 들어설 때만 해도 6명 모두 하나같이 고개를 숙인 채 쭈뼛쭈뼛 말이 없었다. 음악치료전문가인 김지현 치료사가 “안녕 인사 노래 부르며 시작할까요”라며 박수를 치자, 분위기는 달라졌다. 김 치료사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한 명 한 명 “안녕” 노래를 부르며 어깨를 들썩였다. 드럼, 휘슬, 탬버린 등을 나눠 들고 자유롭게 흔들기도 했다.
응원가로 유명한 노래 ‘질풍가도’를 함께 부르기 시작하자, 목소리는 더 커졌다. 음정, 박자가 제대로 맞지 않아도 묘한 조화를 이뤘다. 이씨는 “이 노래를 부르면 용기가 생긴다”며 “가수가 돼 무대에 오르고 싶다”고 거듭 말했다. 그는 ‘한 번 더 나에게 질풍 같은 용기를’이라는 가사를 ‘한 번 더 나에게 박은빈 누나와 노래할 용기를’로 바꿔 목청을 높이기도 했다. 또 다른 발달장애인 장은준 씨(24)는 교실 중앙으로 나가 춤도 췄다. 장씨는 “이 노래를 정말 좋아해서 백번도 넘게 부른다”고 했다.
윤주리 이화여대 음악치료학과 교수는 발달장애인의 눈을 맞추며 함께 대화를 이어갔다. 틈틈이 이들의 기분을 물어봤다. 윤 교수는 “발달장애인은 감정 표현이나 구체적인 표현이 제한적”이라며 “다양한 노래를 부르고 악기를 연주해보며 자신을 표현할 기회를 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정애 서울장애인부모연대 용산지회장은 “아이들의 표정이 좋아지는 게 확실히 보인다”고 전했다.
LG유플러스와 이화여대는 이들의 활동에 목표 의식을 심어주기 위해 내년 상반기 콘서트를 계획 중이다. 흔들면 소리가 나는 악기 위주로 연주하고, 노래하는 식이다. 윤 교수는 “직접 공연을 준비하고 해내는 과정에서 정서적 안정감도 커질 것”이라고 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