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는 축구 국가대표 황의조(노리치시티·사진)가 성관계 영상 불법촬영 혐의를 벗을 때까지 국가대표로 선발하지 않겠다고 28일 밝혔다.
축구협회는 이날 오후 이윤남 윤리위원장, 마이클 뮐러 전력강화위원장, 정해성 대회위원장, 최영일 부회장 등이 참여한 회의를 열고 이같은 결론을 내렸다.
이윤남 축구협회 위원장은 이번 결정에 대해 "국가대표 선수가 고도의 도덕성과 책임감을 가지고 국가대표의 명예를 유지해야 할 의무가 있고, 그런 점에서 본인의 사생활 등 여러 부분을 관리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건이) 국가대표팀에 어떤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에 대한 우려, 국가대표로 이 선수가 출전하면 대표팀 팬들이 느끼실 부분에 대한 우려 등등 여러 제반 사정을 고려했다"고 부연했다.
황의조는 2024 카타르 아시안컵 최종 명단 발표 전까지 사법당국으로부터 '불기소 처분'을 받지 못하면 아시안컵 출전이 무산될 수 있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황의조가 아시안컵에 나가려면 그전까지 수사기관으로부터 '불기소 처분'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만약 기소돼 재판까지 가게 되면 태극마크를 앞으로 영영 달지 못할 수도 있다. 국가대표 선수가 경기 밖의 사유로 축구협회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사례로는 장현수가 대표적이다. 그는 2018년 병역 특혜 봉사활동 서류를 조작했다가 국가대표 자격 영구박탈과 함께 벌금 3000만원의 징계를 받은 적이 있다.
황의조의 경우 불법촬영 혐의가 사실로 인정되면 해당 죄가 상식적으로 장현수의 것보다 가볍다고 보긴 어렵다. 이 위원장은 "수사 중이어서 (축구협회가) 사실관계를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이 없기 때문에 징계 등 명확한 결정을 내릴 수 없는 상황"이라며 "징계 심의를 시작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황의조는 전 연인과 성관계 영상을 불법적으로 촬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지난 18일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당시 황의조 측은 불법 촬영 의혹에 대해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피해자 측이 이는 사실이 아니라며 정면 반박하면서 파장이 확산됐다.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황의조가 11월 A매치 기간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경기에 출전하자 위르겐 클린스만 국가대표팀 감독과 대한축구협회에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황의조 측은 피해자 측과 영상 촬영 합의 여부 등으로 연일 진실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 신상을 일부 공개해 '2차 가해' 논란이 일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