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기부진 신호가 감지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큰 폭으로 하락(원화 가치는 상승)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이 종료될 것이란 기대가 퍼지면서 원화가 강세를 나타낸 까닭이다.
2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보다 10원10전 내린 1293원70전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환율은 6원 내린 1297원80전에 출발한 이후 낙폭을 키웠다. 장중 한때 1290원50전까지 하락하며 1280원대 진입을 목전에 뒀지만 결제수요로 인해 추가 하락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날 낙폭(10원10전)은 지난 15일 28원10전 내린 이후 가장 컸다. 환율이 하락한 것은 미국의 경기부진 신호가 잇따라 나오면서 미국의 긴축 사이클이 종료될 것이란 기대가 확대된 영향으로 파악된다.
전날(현지시간) 발표된 지난달 미국의 신규주택 판매는 전월 대비 5.6% 감소했다.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4.5%보다 감소 폭이 컸다. 높은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주택 수요에 크게 영향을 미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댈러스 연방은행에서 발표한 11월 텍사스 제조업지수는 -19.9를 기록했다. 3개월 연속 악화하며 7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생산지수는 전월 5.2에서 -7.2로 하락했고, 신규주문지수는 둔화 폭이 전월 -8.8에서 -20.5로 확대됐다.
미국 경기 부진은 Fed의 금리 인상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높은 금리 수준이 실물 경기에 하방 압력을 주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효과가 물가 안정과 함께 나타난다면 Fed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조기에 종료되고 금리 인하로의 전환 시기도 좀 더 빨라질 수 있다. 미국의 금리가 내리면 달러화는 약세가 나타난다. 위험선호가 강해지면서 위험자산인 원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환율이 하락한다.
이날 장 마감시간(오후 3시 30분) 기준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873원17전이다. 전날 같은 시간 기준가(875원43전)에서 2원26전 내렸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