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닛산마저…"기술 가르쳐달라" 중국에 매달리는 까닭

입력 2023-11-28 11:37
수정 2023-11-28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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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자동차 제조기술을 중국에 전수하던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이 최근에는 전기차 제조·판매 노하우를 중국에서 습득하고 있다. 전기차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하는 중국 시장에 적응하기 위해서다. 폭스바겐, 신차 주기 1년 반 줄였다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독일 폭스바겐은 신차 개발 주기를 기존 4년에서 2년6개월로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년6개월이면 새 모델을 내놓는 중국 전기차 제조사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다.

과거 폭스바겐은 유럽에서 자동차를 생산하고 중국 시장에 맞게 개량해 수출하곤 했다. 랄프 브란트슈테터는 "전동화되고 디지털화된 중국 자동차 시장의 고객 요구사항이 너무 달라졌기 때문에 이러한 접근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전했다. 폭스바겐은 2026년 출시 예정인 중국 시장용 보급형 전기차에 탑재할 새 전기차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2030년까지 중국에서 새 전기차 모델을 30개 출시할 계획이다.

지난해 중국 전기차 및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판매량 83.1%가 현지 제조사에서 나올 만큼 중국 제조사들은 빠르게 전기차 비중을 늘리고 있다. 이에 일부 현지 제조사들의 제조 방식과 디지털 기술은 글로벌 제조사들을 앞서 있다는 평가다.

폭스바겐은 독일제 부품에 대한 의존을 버리고 현지 공급업체로부터 부품 조달을 늘리고 있다. 디스플레이, 미디어 시스템, 전기차 배터리와 헤드라이트 등을 현지에서 조달하면 개발 시간을 약 30%, 비용을 20~40%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폭스바겐 경영진은 중국 공급업체 부품의 품질과 내구성, 기술이 지난 4년 간 크게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나아가 폭스바겐은 중국의 첨단 전기차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현지 기업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인 엑스펭, 배터리 제조업체인 궈시안하이테크,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와 반도체를 만드는 호라이즌로보틱스 등이 투자 대상이다. 닛산, 현지 합작 브랜드서 테스트 기술 습득 닛산은 차량 테스트를 더 빠르게 진행하기 위한 노하우를 중국에서 습득했다. 닛산은 전통적으로 금형이 완성될 때까지 몇 달을 기다린 뒤에 테스트차량을 제작했는데, 이를 금형 시제품을 이용해 제작하는 방식으로 바꾼 것이다. 닛산 현지 합작사인 둥펑닛산의 산하 브랜드 '베누시아'가 쓰던 기술이다.

닛산은 3D프린트와 가상 실험 등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추가 테스트를 수행할 계획이다. 둥펑닛산이 상당한 테스트 역량을 갖췄고 모든 테스트는 닛산의 국제 표준에 부합한다고 닛산 측은 설명했다.

닛산은 2026년까지 중국 내 연구개발(R&D)센터에서 개발한 전기차 및 PHEV 모델 4종을 신규 출시할 계획이다.

도요타는 광저우자동차그룹과의 현지 합작사인 GAW도요타모터스 등에서 엔지니어 영입을 늘리고 있다. 현지 R&D센터는 전기차와 스마트카 중심으로 전환했다. 지난 7월에는 현지 공급업체 비중을 늘리고 지능형 전기차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생산·제조 기술을 업그레이드하겠다고 밝혔다.

빌 루소 오토모빌리티 CEO는 "많은 외국 브랜드가 2020년께 시작된 중국의 전동화 추세에 일찍 대비하지 못해 제품 주기가 뒤처졌다"라며 "이를 따라잡으려면 몇 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