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의료보험금 과잉 청구의 대표적 항목으로 꼽히는 발달지연 진료비가 올해 상반기에 이미 작년 전체 규모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전문과 의사의 진료가 30%를 넘어 무분별한 진료가 확산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보 KB손보 메리츠화재 등 5대 손해보험사에 청구된 발달지연 실손보험금은 1711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한 해 청구액 1465억원을 뛰어넘었다. 월평균 청구액을 비교하면 지난해 122억원에서 올해 285억원으로 2.3배로 급증했다.
발달지연은 또래 아동에 비해 언어, 사고 등의 발달이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더딘 것을 말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외 접촉이 줄어들면서 의심 사례가 늘어났다. 부모의 불안심리를 이용한 과잉 진료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험업계에선 특히 아동과 관련이 적은 과목의 의사들이 발달지연 처방을 내면서 과잉 진료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발달지연 전문과(소아청소년과 재활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진료를 받고 보험금을 청구한 사례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84.4%였지만 2021년 73.1%, 작년 69.9%, 올해 69.6%로 낮아졌다. 비전문과 진료는 같은 기간 15.6%에서 30.4%로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 10건 중 3건은 비전문과 의사의 진단이라는 얘기다.
올 상반기 비전문과에서 진료받고 청구된 금액은 모두 519억원으로 작년 전체 청구액(440억원)을 웃돌았다. 진단과별로 보면 가정의학과 175억원, 이비인후과 89억원, 정형외과 75억원, 내과 68억원 등으로 집계됐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