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지난달 23일 인요한 위원장 체제의 혁신위원회를 띄운 것은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로 확인된 민심 이반 때문이었다. 김기현 대표는 당시 “혁신위는 위원 구성과 활동 범위, 안건과 활동기한 등 제반 사항에 대해 전권을 가지고 독립적으로 판단하게 될 것”이라며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한 달여가 지난 지금까지 확인된 혁신위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그동안 혁신위는 1~5호의 혁신안을 내놨지만 당이 확실히 수용한 건 이준석 전 대표 등에 대한 징계 철회뿐이다. 혁신위는 어제 당 지도부에 4, 5호 혁신안을 보고했지만 2호 혁신안 ‘친윤·중진 험지 출마’의 벽조차 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영남권 중진들의 지역구 사수 의지는 여전히 확고하다.
당의 리더인 김 대표부터 “개인이 결정할 문제” “당대표 처신은 당대표가 결단할 것”이라며 혁신위의 힘을 빼고 있다. 더욱이 김 대표가 지난 주말 지역구(울산 남을) 의정보고회에서 했다는 말은 귀를 의심케 한다. “저는 대통령과 자주 만난다. 어떤 때는 만나면 세 시간씩도 이야기한다. 하루 서너 번씩 전화도 한다. 밤늦은 시간이라도, 밤 9시·10시라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눈다”고 했다. “대통령을 당내 문제와 관련해 언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인 위원장을 비판한 게 불과 얼마 전이다. 당대표가 자기 지역구에서 이른바 ‘윤심(尹心)팔이’를 하는 건 괜찮다는 것인가.
‘묵은 풍속, 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꾸어서 새롭게 하는 것’이 혁신의 사전적 의미다. 비록 혁신위가 비상대책위원회와 달리 최종 결정권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제안 내용을 당에서 신속히 받아주지 않으면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혁신위가 너무 급하다”는 당 주류의 반응도 한가해 보인다. 혁신위 해체론까지 대두한 마당에 민심이 멀어지는 소리가 들리지 않나. 여당 지도부에 어떤 심모원려(深謀遠慮)가 있는지 모르지만 민심보다 중요한 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