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한심해. ‘오징어 게임’ 어린이용 같아. 죽음도 없고, 리얼한 캐릭터도 없어. 그냥 드라마를 다시 보는 게 나을 거야.”(영화정보 사이트 IMDB의 한 관람평)
넷플릭스의 리얼리티쇼 ‘오징어 게임 : 더 챌린지’(이하 ‘더 챌린지’). 총 10회 가운데 5회까지 공개된 이후 해외 팬들의 평가는 대체로 이렇다. IMDB의 시청자 평점은 10점 만점에 4.6점(27일 기준). 원작 ‘오징어 게임’(2021)의 8.0점과 비교하면 거의 ‘별점 테러’ 수준이다. 왜일까.
‘더 챌린지’는 서바이벌 게임이다. 영국 제작진이 실사판 오징어 게임을 제작한다는 소식에 미국과 유럽에서 8만1000여 명의 지원자가 몰려들었다. 여기서 추려낸 456명의 참가자가 총상금 456만달러(약 59억원)를 놓고 싸운다.
드라마의 비주얼을 그대로 옮겨온 점이 흥미롭다. 수백 명이 녹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번호판을 단 채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구호에 맞춰 뛰는 모습은 그 자체로 볼거리다. 물론 탈락이 곧 죽음인, 드라마 속 잔혹한 룰까지 재현할 수는 없다. 탈락자를 총으로 쏴 죽이는 대신 탈락자의 가슴에 있는 검은 잉크가 터진다. 탈락자는 교육받은 대로 스스로 쓰러진다.
이 지점에서 이질감이 생긴다. 드라마의 지독한 스릴은 돈에 목숨을 건 자들의 절박함에서 나온 것이었다. 리얼리티 쇼는 ‘죽은 척 연기’를 통해 그 치명적 결과를 표현하는데, 이 꾸며진 모습이 몰입을 깬다.
해외 팬들의 혹평도 주로 원작과의 거리감에서 나온다. 원작의 치밀한 수 싸움과 스릴을 기대한 이들은 참가자의 태도에 불만을 드러낸다. 숙소에서 웃고 어울리는 모습이나 서로에게 환호하는 모습이 긴장감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들이 이들보다 더 사실적으로 느껴진다’는 관람평도 보인다.
참가자들에게도 나름 절박함은 있다. 주택 대출을 다 갚고 싶어서, 은퇴한 뒤 자존감을 찾고 싶어서, 가진 것 없는 딸을 위해서…. 각자의 사연들이 끼어든다. 한 명이 탈락할 때마다 내가 가져갈 수 있는 상금은 1만달러 더해진다. 더 버텨야 하는 이유인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회를 거듭할수록 참가자들은 빠릿빠릿해지고, 냉혹해진다. 달고나 과자에서 특정 모양을 바늘로 뜯어내는 ‘뽑기 게임’. 참가자들은 가장 불리한 우산 모양을 뽑지 않으려고 진심으로 싸운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 최장 시청 시간을 기록한 화제작이었다. 사람들은 선 굵은 캐릭터와 이야기뿐 아니라 어둡고 심오한 그 세계관에 열광했다. ‘더 챌린지’를 혹평하는 이들은 원작의 메시지를 날려버린 걸 불평한다. 상업주의에 대한 풍자였던 원작을 오히려 상업적으로 이용했다는 것이다.
원작의 무게를 내려놓고 보면 ‘더 챌린지’는 꽤 볼 만한 리얼리티 쇼다. 한국 팬 입장에선 구슬치기나 줄다리기를 하는 해외 참가자들의 모습이 궁금한 것도 사실이다. 29일 6~9회, 12월 6일 마지막회가 공개된다. 황동혁 감독의 ‘오징어 게임’ 시즌 2는 내년까지 기다려야 한다.
김유미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