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카 장내매수 직후 3배 가격에 풋옵션' 200억 안팎 남긴 이재웅 전 대표

입력 2023-11-27 16:15
수정 2023-11-28 11:20
이 기사는 11월 27일 16:1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이재웅 전 쏘카 대표가 쏘카 주식 거래로 약 200억원의 차익을 거뒀다. 롯데렌탈에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해 비싼 가격에 주식을 넘기고, 시장에서 싼 가격에 주식을 사들이면서다.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쏘카 대주주인 유한회사 에스오피오오엔지가 지난 24일 쏘카 보통주 58만7413주(1.79%)에 대한 풋옵션을 행사하면서 롯데렌탈은 이 지분을 한달 내 매입하기로 했다. 에스오피오오엔지는 쏘카의 최대주주인 에스오큐알아이의 계열사다. 에스오큐알아이는 이 전 대표가 지분 83.33%를 갖고 있다.

에스오피오오엔지가 롯데렌탈에 풋옵션을 행사한 가격은 주당 4만5172원이다. 풋옵션 행사로 에스오피오오엔지는 265억원을 챙기게 된다.

에스오피오오엔지가 풋옵션을 행사하기 전인 지난 15일부터 22일까지 엿새 동안 이 전 대표는 개인 명의로 쏘카 주식 33만6000주(1.01%)를 장내 매수했다. 주당 매수 평균 단가는 약 1만4300원으로 집계됐다. 지분 1.01%를 확보하는 데 약 48억원이 들었다.

쏘카의 최대주주인 에스오큐알아이가 사실상 이 전 대표의 개인회사인 점을 감안할 때 이 전 대표는 풋옵션을 행사해 쏘카 지분 1.79%를 팔아 265억원을 챙기고, 지분 1.01%를 장내에서 48억원에 사들여 210억원이 넘는 차익을 남긴 셈이다.

시장에선 이 전 대표 측이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기간을 3개월여 남겨두고 현 시점이 가장 많은 차익을 거둘 수 있다고 판단하고 지분을 정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전 대표 측이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기간은 보호예수기간 만료일(8월 22일)로부터 6개월 이내다.

풋옵션을 행사했지만 장내 매수를 통해 지분을 다시 확보하면서 이 전 대표 측은 쏘카 경영권을 놓고 롯데렌탈과 벌이고 있는 지분 확보 경쟁에서 여전히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번 풋옵션 행사까지 마무리되면 롯데렌탈이 보유한 쏘카 지분은 34.79%(SK㈜ 지분 완전 인수 기준), 이 전 대표 측 지분은 36.51%가 된다. 둘 사이의 지분 격차는 1.81%포인트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이 전 대표 측이 풋옵션을 행사하면 롯데렌탈은 무조건 사전에 약속한 가격에 해당 지분을 사줘야한다"며 "행사 가격이 시세보다 세 배 이상 높게 형성됐고, 풋옵션 행사 전 장내에서 싸게 지분을 사들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역시 비싼 가격에 지분을 강제로 넘기는 일종의 공격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에스오피오오엔지가 보유한 자금이 충분하지 않아 풋옵션 행사에 나섰다는 분석도 있다. 앞서 지난 8월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IMM프라이빗에쿼티(PE)가 에스오피오오엔지에 쏘카 주식 105만2000주(3.21%)에 풋옵션을 행사하자, 에스오피오오엔지는 같은 날 롯데렌탈에 풋옵션을 행사했다. IMM PE의 풋옵션을 받아주기 위해 롯데렌탈을 통해 자금을 마련한 셈이다.

에스오피오오엔지는 삼성증권에 쏘카 주식 170만4740주를 담보로 맡기고 75억원을 대출받은 상황이다. 담보유지비율은 200%다. 지난해 상장 이후 하락세를 이어가던 쏘카 주가는 지난달 13일 1만1370원으로 52주 신저가를 갱신했다. 이후 경영권 분쟁 이슈가 터지면서 지난달 25일 장중 2만350원까지 올랐다. 이날 쏘카 주가는 4.93% 오른 1만5960원에 거래를 마쳤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