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재보험협회가 전통시장과 주택 화재, 산불 등 3대 화재 예방 활동에 나섰다. 행정안전부, 금융위원회, 소방청, 금융감독원 등 관계 당국과 구성원인 12개 손해보험사와 함께 지난 5월 대국민 안전의식을 높이기 위한 ‘화재 등 재난예방 및 안전문화 확산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이 시발점이다. 협회는 매년 안전의식 제고 캠페인을 진행할 계획이다.○화재 건당 피해액 급증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발생한 화재는 총 4만113건. 코로나19 영향으로 사회 활동이 줄어든 2021년 대비 3846건(10.6%) 늘었다. 화재 증가 원인으로는 ‘부주의’가 두드러진다. 부주의로 인한 화재는 2021년 1만6875건에서 2022년 1만9668건으로 2793건(16.6%) 급증했다.
부주의는 화재 원인의 50% 안팎을 차지하는 최대 요인이었다. 이 비율이 2021년 46.5%까지 내려갔다가 지난해 다시 49%로 늘어났다. 평소 생활 속에서 조금만 더 신경을 쓴다면 화재 피해를 상당히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전체 화재 건수는 다소 줄어드는 추세다. 하지만 건당 피해는 오히려 늘고 있다. 2018년 건당 1322만원 규모였던 피해액은 지난해 3017만원으로 늘었다. 4년 만에 두 배 이상으로 증가한 것이다.
화재보험협회가 전통시장과 주택, 산불을 3대 예방 대상으로 지목한 것은 안전의식을 조금만 높여도 건수와 피해액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주택은 전체 화재의 4분의 1에 달할 정도로 가장 많이 불이 나는 곳이다. 산불은 건수는 적지만 한 번 화재가 나면 광범위한 피해를 낳는다.
전통시장은 영세 상인 비중이 높고 화재보험 가입률이 낮아 예방 활동이 시급한 지역이다. 화재보험협회가 올해 서울 남대문시장의 화재보험 가입률을 조사한 결과, 상인회에 가입한 점포 3206곳 가운데 화재보험에 가입된 점포 수는 1165개로 약 36%에 그쳤다.
화재보험협회와 소상공인진흥공단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통시장의 화재 발생 원인 1위는 누전으로 62.3%에 달했다. 전기 설비 점검만 강화해도 화재 사고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전국 전통시장에 소화기 보급
화재보험협회는 전통시장 화재 예방 활동을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다. △안전 디자인 적용 △안전벽화 등을 통한 의식 제고 △소화기 배포다. 이런 활동을 각지 전통시장에 순차적으로 확산한다는 계획이다.
협회는 행정안전부와 함께 안전디자인 시범 적용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안전디자인이란 이용자의 자발적 행동 개선을 유도할 수 있도록 사회 전반의 제품·시설·공간 등에 안전성과 사용 편의성을 높여 적용하는 디자인이다.
남대문시장에 △소화기 위치 안내 △비상구 위치 및 거리 표시(2종) △화재 대피 유도선 △3D 피난 안내도 △방화셔터 이용 안내 등 총 6종의 화재 관련 안전디자인을 적용했다. 남대문시장은 전체 점포 수가 6000여 개, 하루 방문객이 3만여 명에 이르는 대형시장이다. 화재가 발생할 경우 큰 인명·재산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철저한 안전관리가 필요하다.
전통시장 상인들이 화재보험에 더 많이 가입해야 하며, 실질적인 피해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점포별로 재고동산 등을 정확히 따져서 가입해야 한다고 협회는 조언했다.
강영구 화재보험협회 이사장은 “전통시장 등 화재취약시설의 개선을 위해 남대문시장에 적용한 안전디자인과같이 시설 투자 지원 등이 필요하다”며 “안전문화 향상을 위해 정부기관·손해보험회사·협회가 지속적으로 힘을 모아 안전캠페인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협회는 소방청과 함께 대구 서문시장에서 안전벽화 그리기 활동을 하고 있다. 서문시장은 지역을 대표하는 시장이자 2016년 상인회 추산 1000억원 이상의 피해를 낸 대형 화재가 발생한 지역이어서 캠페인 효과가 클 것으로 협회 측은 예상했다.
화재보험협회는 안전벽화를 통한 시각 효과로 화재 예방 경각심과 안전의식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협회는 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과 함께 이달 소화기 6000여 개를 각 전통시장 점포에 배포하면서 화재예방 캠페인을 벌였다. 사전 점검 결과 소화기 불량 또는 미비치 사례를 다수 확인했다. 소화기 배치로 초기에 화재를 진압하면 대형 화재로 번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