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한종희 부회장, 경계현 사장 등 대표이사 2인을 유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1960년대 초반 출생 고참 사장·부사장 중 일부가 물러나고 1970년대생 젊은 부사장이 핵심 사업부장 등에 중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경영 여건에 불확실성이 고조된 상황에서 조직의 안정을 꾀하면서도 미래 사업에 속도를 내기 위해 조직을 쇄신할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산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전환기를 맞아 ‘안정 속의 턴어라운드 준비 체제’를 본격 가동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인사 앞당겨 조직에 긴장감
26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연말 사장단·임원 인사와 조직개편이 이번주 순차적으로 발표된다. 이르면 27~28일께 사장단 인사가 나오고 이후 하루 이틀 간격으로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이 이뤄질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을 시작으로 퇴임 대상 임원에게 개별적으로 재계약 불가를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통 삼성전자의 연말 인사가 12월 첫째 주에 단행된 것을 감안할 때 한 주 정도 앞당겨진 셈이다. 삼성 관계자는 “조기 인사는 합병 관련 결심공판 등으로 어수선한 분위기를 다잡고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3인 CEO 체제 복귀설도
대표이사로서 각각 2년째 완제품과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한종희 DX부문장(부회장)과 경계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사장)은 유임이 유력하다. 한 부회장이 겸임하고 있는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엔 1970년생 용석우 부사업부장(부사장)이 임명될 것으로 보인다. 한 부회장의 업무 부담을 줄여주는 동시에 새로운 사장단 후보를 육성하기 위한 포석으로 분석된다. 다만 생활가전(DA)사업부장은 한 부회장이 1년 더 맡을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삼성전자가 노태문 모바일경험(MX)사업부장(사장)을 대표이사로 올려 3년 만에 ‘3인 대표 체제’를 재가동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노 사장은 갤럭시 Z 시리즈 등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을 개척했으며, 확장현실(XR) 기기 등 신사업 준비와 관련해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밖에 DX부문의 지역별 영업·마케팅 법인 책임자를 뜻하는 ‘총괄’ 중에서도 일부 변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반도체 주요 사업부장 유임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부문에서도 기술 리더십 확보, 조직 활력 제고를 위해 일부 사장급 사업부장이 바뀔 것이란 말이 나온다. 진교영 SAIT(옛 종합기술원) 사장은 후배에게 자리를 물려줄 것으로 전해졌다.
메모리사업부의 이정배 사장은 유임이 예상된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삼성전자 메모리반도체 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이 책임을 이 사장에게 지우는 건 가혹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도 최첨단 공정 수율 향상 등의 성과를 앞세워 자리를 지킬 전망이다.
전자 계열사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사업 지원 태스크포스(TF)도 현 체제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사업 지원 TF나 경영지원실에서 인사, 대외협력 등을 맡아 성과를 낸 고참 부사장의 사장 승진 가능성도 작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긴축 경영과 실적 부진 여파로 부사장 승진자와 신규 임원은 예년 대비 적을 것이 유력하다.
경제계 관계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취임한 지 1년이 지났고 올해 실적이 부진한 만큼 인사 폭이 예상보다 클 수도 있다”며 “본격적인 턴어라운드를 대비하기 위한 인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정수/김익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