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트루다, 항체약물접합체(ADC), 병용, 피하주사제형(SC)...
엄민용 현대차증권 책임연구원은 2024년 제약·바이오 연간 전망보고서를 통해 미국 대형 제약사 머크(MSD)의 대표적인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에 다른 약을 함께 써 치료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병용 시장이 뜨고 있다며 이 같은 키워드를 제시했다. 그는 "올해 가장 주목받았던 항암제 인수합병(M&A), 임상 결과, 기술이전 모두 공통분모가 있다"며 "모두 키트루다, ADC 병용 투여와 연관이 있다"고 밝혔다.
실제 올해 가장 큰 규모의 M&A는 미국 대형제약사 화이자가 ADC기업 씨젠을 56조원에 인수한 딜이었다. 가장 주목받은 임상 결과 역시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발표된 키트루다와 파드셉 ADC 병용 투여 결과다. 엄 책임연구원은 "기존 1년 방광암 생존 기간을 3년 장기 생존하는 암종으로 새 시대를 열었다"고 평가했다. 올해 가장 주목받은 기술 거래 또한 머크와 다이이찌산쿄의 30조원 규모 ADC 공동개발 딜이다.
키트루다는 현재 17가지 암종에 대한 적응증에 38개의 처방이 승인돼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적응증과 매출액을 가진 제품이 됐다. 키트루다를 포함한 PD-(L)1 면역항암제 병용요법 임상은 무려 6758건에 달한다. 올해 연간 30조원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보이며 2028년에는 연간 40조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암은 자신을 공격하는 T세포를 다양한 방식으로 교란시키고 무력화시킨다. 대표적인 것이 PD-L1이다. 경찰이 이상한 용의자를 만나면 신분증을 확인하듯 T세포 역시 이상 세포를 확인하면 그 정보를 읽고 공격 여부를 판단한다. 일반적으로 암세포는 T세포에 적발돼 살상돼야 정상이지만 암세포가 PD-L1을 만들어냄으로써 T세포의 PD-1에 결합해 공격을 무력화시킨다. 키트루다는 T세포의 PD-1에 암세포보다 먼저 결합해 암세포의 PD-L1 기능을 무력화시킨다.
현재 항암제 시장은 면역항암제 단독 요법에서 ADC와 함께 쓰는 병용 요법으로 확장되는 추세다. ‘항암 유도미사일’로 불리는 ADC는 표적 하는 암세포만 골라 죽여 정상세포 손상 등의 부작용을 줄여주는 차세대 암 치료법으로 꼽힌다. 기존 화학항암제만 쓰면 분열이 빠른 정상 세포인 모근 세포, 위점막 등을 공격해 탈모, 소화불량 등의 부작용이 생긴다. 하지만 ADC와 함께 쓰면 이러한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최근 15개의 ADC약물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승인됐고 100개 이상의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이 임상단계에 있다.
그는 "키트루다 병용이 다수의 암종에서 1차 치료제로 승인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최근 키트루다와 화학요법 또는 키트루다와 ADC 병용요법이 1차 치료제 시장을 점령하며 새로운 항암제 시장이 열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머크는 키트루다의 2028년 특허 만료를 앞두고 기존 혈관주사(IV) 제형의 바이오시밀러 방어 목적,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약가인하 목록 회피를 위한 SC 제형 개발을 알테오젠과 함께 진행하고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2024년 9월 임상 3상 종료를 앞둔 상태다.
그는 "미국 대형 제약사 BMS의 옵디보, 스위스 대형 제약사 로슈의 티쎈트릭과 같은 전 세계 톱3 면역항암제가 2025년 이내 모두 피하주사로 승인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1차 치료제로 확대되는 면역항암제와 ADC 병용요법은 초기 환자를 대상으로 시장을 잠식시킬 것이고 ADC 또한 SC 변경이 필수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면서 관련 국내 기업으로 알테오젠,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레고켐바이오 등을 추천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