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을 전공한 작가 전소정은 멈춰 있는 조각 작품을 기록하기 위해 작업기를 촬영하다가 비디오의 매력에 빠졌다. 그렇게 그는 국경을 넘나들며 다른 사람의 스토리를 영상으로 옮기는 길을 택했다.
전 작가는 비디오가 보이지 않는 것까지 비출 수 있는지 연구하며 영상을 통한 감각의 활성화에 집중했다. 관객들이 영상 속 인물과 함께 무언가를 만지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하고, 그들이 내는 작은 소리에도 반응하게 된다는 이유다.
전 작가는 영상부터 출판, 음반 활동에까지 나서며 경계 없는 예술 실험을 이어왔다. 2014년에는 송은미술대상에서 대상을 받았고, 2년 뒤인 2016년에는 광주비엔날레 눈 예술상을 받았다. 2018년 에르메스재단 미술상을 수상하며 국내 미디어아트의 새로운 얼굴로 거듭났다.
그는 국립현대미술관이 꼽은 ‘올해의 작가상 2023’ 후보자 네 명 중 한 명이다. 서울 소격동 바라캇컨템포러리에서 개인전을 여는 전 작가는 이곳에서도 타인의 소리에 주목한 3채널 영상 ‘오버톤’을 메인 작품으로 내놨다. 소리 하나만을 따라 남북을 가로질러 이동한 가야금 연주자 박순아의 여정에 영감을 받아 만든 작품이다. 한국과 독일, 과테말라에서 활동하는 세 명의 작곡가가 각각 가야금, 고토, 고쟁을 위한 곡을 만들어내는 1시간30분가량의 영상을 세 개의 패널에 담았다. 세 개 화면은 전부 크기가 다르고 어긋나게 배치됐다. 관객이 앉아서 관람할 때 어느 화면에 집중하는가에 따라 이야기의 중심이 달라진다. 전시는 내년 1월 7일까지.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