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구스틴 카르스텐스 국제결제은행(BIS) 사무총장이 "대부분의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을 거의 끝낸 상황이라고 본다"며 "성장과 금융안정에 주는 부정적 충격이 완만하게 나타나면서 연착륙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카르스텐스 사무총장은 지난 2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현재의 고금리 국면이 언제까지 갈 것이라고 예상하는가'라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카르스텐스 사무총장은 "소비자들도 높은 비용, 가격 인상을 예상하면서 대출과 소비를 수정하고 있다"며 "금융 불안이 경제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내년 금리 인하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혔다. 카르스텐스 사무총장은 "언젠가는 (금리 인하를) 하겠지만 당장 내년이라고 하기에는 이르다"며 "물가가 충분히 안정화됐다고 확신하기 전까지는 금리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앙은행들이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야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긴축적 통화정책과 달리 재정 지출 규모가 늘어나는 모습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카르스텐스 사무총장은 "최근의 글로벌 물가 상승 요인은 공급 충격과 총수요 진작인데 이중 총수요 부분은 재정 정책으로부터 비롯됐다"고 진단했다. 지난 10년 간 각국 정부가 재정 부양정책을 쓴 것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더 확장돼 물가를 자극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후 재정정책이 많이 줄어들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재정 부양 정도가 크다"며 "재정정책은 완화되고 통화정책은 긴축적인 상황이 서로 반대로 작용해서 저는 별로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과도한 재정정책이 공공부채를 늘린 점도 언급했다. 그는 "고금리가 지속된다면 부채 상황 부담도 늘어나게 될 것"이라며 "재정 지속 가능성 이슈가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는 구조개혁을 주문했다. "구조개혁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한다"는 것이다.
다만 한국과 미국은 큰 문제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봤다. 카르스텐스 사무총장은 "미국은 재정 지출이 늘어나도 재정의 지속가능성 문제를 거론하지 않아도 되는 특별 케이스"라고 설명했다. 한국은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은 적절하게 잘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정부의 재정건전화 방침 등을 감안한 대답으로 파악된다.
GDP 대비 100%를 넘어선 한국의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부채를 줄이기 위해 정부와 은행, 프로젝트 디벨로퍼 등이 공조해 주택 가격을 낮추는 방안을 제안했다. 카르스텐스 사무총장은 "한국의 좁은 국토 면적 때문에 해결이 쉽지는 않은 문제"라면서도 "금융당국이 이런 상황을 신중하게 평가하고, 거시건전성 정책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소득 대비 부채상환 비율, 가계의 전체적인 부채 규모를 관리할 수 있는 규제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미국과 신흥국의 금리차에 따른 자본 유출이 나타나고 있지 않는 이유에 대해선 "신흥국이 건전한 거시경제 정책을 갖게 되고, 취약성을 해결했기 때문"으로 봤다. 카르스텐스 사무총장은 "중앙은행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외환보유액 확충도 잘 이뤄지면서 신흥국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저출산·고령화 때문에 중립금리가 하향됐을 수 있다는 이창용 한은 총재의 진단에 대해 동의하는 입장도 밝혔다. 카르스텐스 사무총장은 "인구학적 변화를 포함한 장기적인 요인이 전 세계적으로 중립금리를 하향 조정했을 수 있다는 증거가 실제로 있다"며 "더 중요한 문제는 불확실성의 수준이 매우 크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