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맨 수트 개발' 홀로그램 디스플레이 상용화되나

입력 2023-11-24 10:58
수정 2023-11-24 11:32

헐리우드 영화 어벤저스 시리즈의 주인공 아이언맨은 홀로그램 디스플레이로 수트를 개발한다. 이런 홀로그램 개발 방식은 아이언맨이 지목한 차세대 히어로 스파이더맨에게도 전수된다. 관객들은 이 영화 시리즈의 가장 인상깊은 장면 중 하나로 허공에서 손을 저어가며 첨단 장비를 설계하고 제작하는 모습을 꼽는다.

국내 연구진이 '완벽한 입체영상'으로 불리는 홀로그램 디스플레이의 시야각 협소 문제를 풀 실마리를 찾았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홀로그램 디스플레이 상용화에 최대 걸림돌로 알려진 '3.8도' 내외 협소한 시야각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 미국광학회 홈페이지 메인 영상으로 실었다고 24일 발표했다.

홀로그램 디스플레이는 현재 박물관 등에 있는 아날로그 필름 홀로그램과 방식이 전혀 다르다. 디지털 홀로그램 표시소자(기록장치)로 3차원 홀로그램 영상을 공중에 띄운다. 아직 상용화되지 않았다.

상용화에 필요한 최소 30도 이상 시야각을 확보하기 위해선 수백 나노미터(㎚)의 해상도를 가진 홀로그램 표시소자를 개발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상용소자의 픽셀 크기는 수 마이크로미터(㎛)에 불과하다. 시야각이 30도보다 한참 모자란 4도 안에 그치고 있다.

ETRI 연구진은 홀로그램 영상 시야각이 픽셀 크기에 대한 회절각보다는 분해능에 근본적으로 의존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개구수(NA:광학계 시스템이 빛을 받아들이거나 내보내는 수)가 클수록 분해능이 좋아지는데, 개구수는 홀로그램의 크기와 영상이 뜨는 거리에 따라 결정된다.

연구진은 홀로그램 패턴 분석을 통해 독자 이론을 정립하고 수치 해석과 광학 실험을 통해 시야각 확대 가능성을 증명했다. 홀로그램 표시소자 픽셀에 관계 없이 홀로그램 영상 분해능을 결정하는 개구수를 유지하는 방법을 새로 찾았다.

이 원리를 이용해 최적화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고주파 영역으로 확장한 디지털 홀로그램을 만들었다. 그 결과 홀로그램 픽셀을 줄이지 않고도 영상 시야각을 기존 3.8도에서 13.1도로 네 배 가까이 증가시키는 데 성공했다.

한계도 있었다. 시야각을 3.8도에서 두 배 증가시킬 때 홀로그램 영상도 두 배 커져야 하는데, 이 때 영상이 일부 중첩되는 문제가 생겼다. 이를 '고차 회절항'이 생겼다고 한다. ETRI 관계자는 "앞으로 고차 회절항을 효율적으로 제거하는 필터링 기술을 개발해 홀로그램 디스플레이 실용화에 도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을 받은 이번 연구성과는 광학 학술지 '옵틱스 익스프레스'에 실렸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