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3일 더불어민주당 등에서 주장하는 은행 횡재세에 대해 "거위 배를 가르자는 식"이라며 "금융산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금감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앰배서더호텔에서 열린 '금융투자협회 70주년 기념식' 참석 전 기자들과 만나 이런 입장을 밝혔다. 이 원장은 "최근 (기업이 일시적으로 거둔) 거액의 이익에 대해 다양한 사회공헌 방안이나 손해 분담과 관련해 세계 각국에서 기여금이나 분담금 형태이건, 횡재세 형태이건 논의가 있었다"면서 "그런 논의는 우리 사회에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정치권에서 주장하는 횡재세와 관련해서는 "마을에 수십 년 만에 기근이 들어 한알 한알을 알토란 같이 나눠 쓰자는 상황에서 거위 배를 가르자는 논의가 나온 것 같다"고 부정적 의견을 내놨다.
또 금융당국과 금융권이 논의 중인 상생금융 출연과 관련해선 라며 "거위 주인과 주민들이 함께 잘 사는 방안을 논의해보자는 것인데, 직권남용 운운하는건 수용하기 어렵다"며 "연못 관리가 힘들어지고 못이 썩어서 거위가 살지 못한다면 거위 주인에게도 손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전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횡재세 도입을 촉구하며 "금융위원장, 금감원장이 금융지주 회장들을 불러서 부담금을 좀 내라는 식의 압박을 가했다. '윤석열 특수부 검찰식' 표현으로 하면 이런 것이 직권남용"이라고 주장한 데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이 원장은 또 전날 이 대표의 "자릿세는 힘자랑이고 횡재세는 합의"라는 발언에 대해서는 "금융지주사와는 금융기관의 건전성과 적절한 운영이 담보돼야 한다는 전제하에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고 있다"고 대응했다. 그러면서 "최근 논의되는 횡재세안은 개별 금융기관 사정에 대한 고려가 없고 일률적이며 항구적으로 이익을 뺏겠다는 내용이 주된 틀"이라며 "금융산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현우/최한종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