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어제 9·19 남북한 군사합의 파기를 선언하면서 남측에 책임을 돌린 것은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에 대응한 남측의 군사합의 일부 효력정지가 정세를 통제 불능으로 몰아갔다는 것이다. 북한 국방성은 ‘도발 행위에 대한 대가’ 운운하며 지상과 해상, 공중의 군사 충돌 방지 조치를 철회하고 군사분계선 지역에 강력한 무력과 신형 군사장비를 전진 배치하겠다고 위협했다.
9·19 합의는 남측에 불리한 조항이 한둘이 아니어서 애초부터 나와선 안 되는 것이었다. 게다가 북한은 합의서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반복적으로 이를 어기면서 형해화했음에도 문재인 정부가 외면하는 바람에 한쪽만 지키는 기형이 돼 버렸다. 이런 비정상을 제자리로 되돌려 놓으려고 하자 북한은 기다렸다는 듯 파기 선언을 하고 ‘전면전’ 협박까지 하고 있다. 9·19 합의는 지킬 마음도 없이 남측 안보 허물기를 위해 던진 미끼에 불과한 것이었다. 북한의 협박은 말로만 끝나지 않을 것이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도발 감행 땐 “즉각, 강력히, 끝까지 응징할 것”이라고 했는데, 실행으로 옮길 태세를 빈틈없이 갖춰야 한다. 한·미·일 실시간 정보 공유의 차질 없는 가동과 군사 협력 강화는 물론 목함 지뢰 폭발 같은 허를 찌르는 국지 도발에도 대비해야 한다. 군사분계선 감시 정찰 기능 완전 복원에 이어 육상, 해상 족쇄도 풀어 접경 지역 훈련을 조속히 정상화하고, 기민한 도발 대응을 위해선 철거된 감시초소(GP)도 원상복구시켜야 한다.
이런 급박한 상황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은 북한보다 우리 정부를 비판하기 바쁘니 어느 나라 정당인가. 9·19 합의 부분 정지에 대해 이재명 대표는 “일각에선 북풍처럼 군사 도발을 유도하거나 충돌을 방치하는 상황이 오지 않을까 걱정한다”고 했다. 민주당 지도부에선 “북한의 눈을 뜨게 만들었다” “전쟁 공포 조장” 등의 발언이 쏟아졌다. 나라 안위 걱정보다 철 지난 북풍 음모론을 앞세우는 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