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22일 '여자애들도 해요'라는 초등학생 남자 어린이의 인터뷰 발언을 '여자애들 다 패요'라고 자막으로 옮긴 MBC를 향해 "성별 갈등을 조장하는 최악의 사례다. 심지어 아이들이 그 대상이었다"고 맹비난했다.
허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정신줄 놓은 MBC, 이런 게 바로 이념방송'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단순 실수로 보기도 어렵다. '여자애들도 해요'를 터무니없이 '여자애들 패요'로 표기하면 이념적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하물며 아이가 실제 그렇게 말했다고 해도 걸렀어야 하는 게 공영방송이다. 아동을 선정적으로 활용하는 데에도 무감각해져있다는 반증"이라고 짚었다.
이어 "3년 전 윤지선씨의 '보이루' 논문을 파고들었을 때와 유사하다"며 "남성의 폭력성을 극대화하고 이를 '한남 유충'이라는 참담한 말로까지 도약시켜 성별 갈등이 폭발했던 수많은 사례를 겪고도 우리 언론사들은 어떠한 교훈도 얻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MBC에 촉구한다. 사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라며 "공영방송이라면 시청자들께 거듭 사과하고 관계자 책임 물어야 한다. 국회 과방위원으로서 끝까지 지켜보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21일 MBC 뉴스데스크는 최근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플라스틱 재질의 칼 모형 장난감 '당근칼'의 위험성을 보도하면서 한 초등학교 앞에서 만난 남자아이 인터뷰를 내보냈다. MBC는 '당근칼을 어떻게 가지고 놀아요?'라는 물음에 이 아이가 "이렇게 해 가지고 찌를 수 있어요. 여자애들 패요"라고 말했다고 자막을 달았다.
하지만 이 방송을 접한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여자애들 패요'가 아니라 '여자애들도 다 해요'라고 말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논란이 거세지자 MBC는 처음 리포트 원본을 삭제하고 수정본을 올리는 조치만 했다가, 결국 방송을 통해 자막 오류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MBC 측은 "보도에 포함된 초등학생 인터뷰 내용 가운데 '여자애들도 해요'라는 부분의 자막을 '여자애들 패요'로 잘못 방송됐다. 이에 대해 시청자 여러분에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인터뷰에 응해준 초등학생과 부모님께도 사과드린다. 아울러 앞으로 뉴스 보도에 있어 신중하고 면밀한 검토를 거쳐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