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시장서 철수"…'엔비디아 라이벌'이 두 손 든 이유

입력 2023-11-23 08:39
수정 2023-11-23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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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의 잠재적 라이벌로 불렸던 영국의 반도체 스타트업 그래프코어가 중국 시장 철수를 선언했다. 미국의 대(對) 중국 수출 통제가 강화하자 수익성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손실이 누적되며 자본잠식 위기를 맞은 그래프코어는 신규 자본 조달을 추진하러 나섰다.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영국의 반도체 설계 스타트업 그래프코어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중국 시장에서 철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 내 판매를 종료하고 직원도 모두 정리해고할 예정이다.

그래프코어가 중국 시장에서 철수한 이유는 미국의 수출통제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중국을 상대로 첨단 반도체 수출 규제를 추진하면서 손실이 불어났다는 설명이다. 그래프코어 대변인은 블룸버그에 "미국의 수출 규제로 인해 중국 사업을 계속 축소해왔다"고 밝혔다.

2016년 영국에서 설립된 그래프코어는 인공지능(AI)용 반도체를 설계하는 스타트업이다. 적극적인 연구개발(R&D) 투자로 AI용 반도체 개발에 주력해왔다. 지난해에는 1초당 35경번 연산이 가능한 지능형처리장치(IPU)를 선보이기도 했다.

시장에선 그래프코어를 두고 설립 초기부터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인 비상장사)이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설립 첫 해 미국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VC)로부터 5000만달러를 조달한 뒤 지난해까지 총 7억 3000만달러를 투자받았다. 2020년 투자 라운드에선 기업가치가 25억달러에 달했다. 투자자들이 그래프코어를 엔비디아의 잠재적 라이벌로 인정한 셈이다.

높은 성능에도 불구하고 그래프코어의 매출 성장세가 둔화하며 손실이 누적되기 시작했다. 영국 기업등록소에 따르면 지난해 그래프코어의 매출은 전년 대비 46% 감소한 270만달러로 집계됐다. 세전 손실은 전년 대비 11% 증가한 2억 460만달러를 기록했다. 작년 말 기준으로 현금 보유액(1억 5700만달러)보다 손실이 큰 것이다.



주요 고객사들이 그래프코어의 반도체 구매를 중단한 탓이라는 분석이다. 2020년 말 마이크로소프트는 그래프코어와 거래를 중단하고 자체 개발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미국의 중국 수출 규제가 시작되면서 주요 시장인 중국 매출이 급격히 감소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그래프코어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5%에 달한다.

자본 잠식 위기에 처한 그래프코어는 지난달 운영 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신규 투자 라운드를 개시한다고 발표했다. 다만 이전과 달리 시장 반응은 냉랭한 상황이다. 그래프코어의 초기 투자자인 세콰이어캐피털은 최근 그래프코어의 기업가치가 사실상 '0'에 수렴한다고 지적했다. 그래프코어가 엔비디아를 넘어설 수 없다는 예측이었다.

그래프코어 대변인은 "(중국 외에) 다른 곳에서도 AI 컴퓨팅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대체할 신제품을 개발하고 있다"며 "엔비디아보다 비용 효율이 좋은 대체재를 선보여 수요를 늘려나갈 것"이라고 해명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