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에 세계 주택시장 '빙하기'…美 판매량 13년 만에 최저

입력 2023-11-22 18:09
수정 2023-11-23 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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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기존 주택 판매량이 1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가 연 8%에 육박해 구매 수요가 급감한 데다 기존 주택 소유자들은 새로 이사할 집을 구하지 못해 물량을 거두고 있어서다. 미국 영국 등 각국에서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전 세계 부동산 황금기가 막을 내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부동산업자협회(NAR)는 10월 미국 내 기존 주택 판매 건수가 전월 대비 4.1% 줄어든 379만 건(계절 조정 기준)으로 집계됐다고 21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는 2010년 8월 이후 최저치다. 미국의 기존 주택 판매 건수는 전년 동월 대비 14.6% 급감했다. 2023년 연간 기준 주택 판매량은 2011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금리로 집을 사려는 수요가 감소한 것은 물론 공급 역시 줄어들고 있다. 기존 주택을 팔고 새 주택을 구하려던 1주택자도 저금리 때 받은 모기지를 포기하고 싶지 않아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2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연 5.25∼5.50%다. 미국 주택 구매자 사이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대출상품인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는 지난달 연 8%를 넘어서 이자 부담이 커졌다. 최근 모기지 금리는 연 7%대로 다소 낮아졌다.

주택 시장이 얼어붙는 현상은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마크 잔디 무디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주택 황금기는 지나갔다”며 “금융위기 직후 주택을 구입했다면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많은 자산을 축적했겠지만 향후 10년은 힘든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영국에서 주택담보대출 보유자의 약 25%가 대출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부동산 매각을 고려하고 있다.

홍콩은 중국 경기 둔화와 인구 감소, 고금리가 겹쳐 주택 가격이 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달러에 고정된 환율제(페그제)를 쓰는 홍콩은 미국 금리에 맞춰 모기지 금리가 작년 초 이후 두 배 넘게 올랐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