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서울 성수동 한복판에 있는 파란색 건물의 문을 열자 거대한 물길이 나타났다. 수로에서는 뒤집힌 병뚜껑 모양 배가 출렁거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소원을 빌고 분수대에 병뚜껑을 던지라”는 뱃사공의 말에 사람들은 차례로 뚜껑을 던졌다.
이곳은 맥키스컴퍼니가 지난 17일 문을 연 팝업스토어 ‘플롭 선양’(사진)이다. 플롭 선양은 방문객들이 소주 선양을 상징하는 고래를 만나는 여정을 떠나는 콘셉트로 구성됐다.
22일 맥키스컴퍼니에 따르면 17~19일 사흘간 플롭 선양 방문자는 약 2200명으로 하루평균 700명 이상이 다녀갔다. 인스타그램 등 SNS를 중심으로 팝업스토어의 다양한 포토존 인증샷 열풍이 분 덕분이다. 팝업스토어가 문을 닫는 다음달 9일까지 방문 예약도 모두 끝났다.
충청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맥키스컴퍼니는 이번 팝업스토어를 계기로 수도권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수도권 공략의 첨병은 지난 3월 창립 50주년을 맞아 뉴트로 콘셉트로 출시한 선양이다. 1974~1993년 생산된 선양 소주의 제품명을 활용하는 동시에 맥주처럼 병따개로 따는 뚜껑인 크라운캡을 채택했다. 옛 선양 소주의 모습을 재현하기 위해서다.
지역 업체인 맥키스컴퍼니가 수도권 공략에 나선 이유는 지역에 머물러서는 성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한때 각 지역 맹주로 이름을 떨치던 소주업체들은 하이트진로 롯데칠성음료 등 자본력과 강력한 유통망을 갖춘 수도권 소주업체의 지역 공략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중장년층과 달리 청년층에겐 애향심 마케팅이 통하지 않는다는 점도 타격 요인으로 작용했다.
맥키스컴퍼니가 선양이 국내 최저 알코올도수와 칼로리 제품이란 점을 앞세운 것도 2030세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무설탕 저도주가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선양의 알코올도수는 14.9도로 국내 소주 중 가장 낮다. 칼로리도 298㎉로 경쟁 제로슈거(무설탕) 소주 제품인 처음처럼 ‘새로’(326㎉), ‘진로이즈백 제로슈거’(320㎉)보다 낮다.
수도권 시장에선 업소용보다는 가정용 시장 공략에 주력할 계획이다. 수도권 대형 주류업체에 비해 외식업계 유통망과 영업 기반이 약한 만큼 가정용 시장을 먼저 노린다는 전략을 세웠다. 맥키스컴퍼니 관계자는 “홈플러스 전 점포에 입점하는 등 수도권 가정용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며 “팝업스토어를 통해 젊은 층 소비자의 바이럴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영찬/황동진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