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한국에 왔던 제가 이제는 삼성과 LG에 납품하는 협력사 사장이 됐습니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22일 서울 을지로 노보텔앰배서더에서 주최한 ‘고용허가제 귀국근로자 초청 행사’에서 대상을 받은 뿌반낍(오른쪽)은 “더 많은 베트남 근로자가 고용허가제로 한국에서 취업하고 그 경험을 통해 성장했으면 좋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내년 고용허가제 시행 20주년을 앞두고 열린 이번 행사는 고용허가제 비자(E-9)로 한국에서 일하다 귀국해 재정착에 성공한 외국인 근로자의 모범 사례를 널리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뿌반낍은 베트남에서 가난과 싸우던 중 한국의 고용허가제를 알게 됐다. 시간을 쪼개 한글을 공부해 한국어능력시험을 통과했고 어업 근로자 자격으로 2006년 한국에 입국할 수 있었다.
전남 여수 지역의 낙지잡이 어선에서 일을 시작한 뿌반낍은 1년 뒤 경남 통영의 굴 양식업체에 입사했다. 일이 생기면 퇴근 후에도 회사에 달려갔고, 점심시간에도 생산량 개선 방법을 연구했다. 이런 그를 눈여겨본 한국인 사장은 공장에 있는 기계를 전담하도록 했다. 기계를 관리하면서 연구를 이어간 뿌반낍은 인력 세 명을 대체할 수 있는 굴 세척기를 발명하는 등 회사 핵심 인력으로 성장했다. 한국에서 번 돈으로 베트남에 있는 부모에게 새집을 지어주고 동생들을 공부시켰다.
2011년 베트남으로 돌아간 뿌반낍은 한국계 기업에서 몇 년간 일하다가 2019년 기계 제조업체를 차렸다. 그는 하루 두 시간만 자면서 샘플을 제작하는 등 심혈을 기울인 끝에 회사를 직원 30명 규모 중견 업체로 성장시켰다. 뿌반낍은 “한국에서 배운 지식과 기술은 물론 적극적인 자세와 일하는 방식 등이 귀국 후 성공에 큰 바탕이 됐다”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