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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구글’로 불리는 검색기업 바이두의 주가가 3분기 호실적에 힘입어 상승했다. 바이두는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가 자사의 생성 인공지능(AI) 어니봇에 당분간 큰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 전망이라고 했다.
바이두 주가는 22일 홍콩 증시에서 전날보다 4.47% 오른 112.2홍콩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전날인 21일(현지시간) 미국 나스닥시장에서는 장중 한때 4% 이상 뛰었다가 1.91% 오른 113.42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바이두 주가가 상승한 이유는 21일 공개된 3분기(7~9월) 실적이 시장 예상을 웃돌아서다.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 증가한 344억5000만위안(약 6조3000억원)이었다. 전 분기의 성장률(15%)보다는 낮지만, 애널리스트의 예상치(343억 3000만 위안)를 상회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66억8000만위안(약 1조2200억원)으로 전 분기(52억1000만위안)보다 28% 늘었다. 바이두는 지난해 3분기엔 적자를 냈다.
“美 반도체 수출 통제 영향은 제한적”시장에서는 바이두의 생성 AI 사업과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의 여파에 주목하고 있다. 바이두는 자사의 생성 AI인 어니봇 등을 포함한 연구·개발(R&D) 비용이 전년 동기 대비 6% 증가한 61억달러(약 7조9000억원)였다고 발표했다. 바이두는 어니봇을 미국의 챗 GPT 대항마로 개발했고, 구독료를 월 8달러로 책정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어니봇은 출시 3개월 만에 사용자 7000만명을 확보했다.
리옌훙 바이두 최고경영자(CEO) 겸 공동 창업자는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가 단기적으로 바이두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바이두는 앞으로 1~2년 동안 어니봇 성능을 개선하는 데 쓸 수 있을 만큼 충분한 AI 반도체를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어니 기반 모델(파운데이션 모델)을 변경해 AI 반도체 호환성을 개선했다고 말했다. 파운데이션 모델이란 다양한 AI 서비스의 토대가 되는 AI 신경망으로, GPT-4와 같은 대규모 언어모델(LLM)도 그중 하나다. 리 CEO는 “바이두 고유의 AI 아키텍처와 알고리즘이 효율성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했다.
뤄룽 바이두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앞으로도 AI, 특히 생성 AI와 기반 모델에 대한 투자에 우선순위를 두되, 효율성과 전략적 자원 배분에 중점을 두고 투자를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아폴로 고’ 몇 년 내 손익분기점 도달할 것”…미래 불확실하다는 의견도바이두의 자율주행 택시 사업에서도 진전이 있었다. 바이두의 ‘아폴로 고’(Apollo Go) 로보택시는 3분기 운행 건수 82만1000건을 달성했다. 전 분기(71만4000건) 대비 11만건가량 늘었다. 로보택시는 로봇과 택시의 합성어로, 국제자동차기술자협회(SAE) 기준 자율주행 4단계 이상에 해당한다
지역별로는 우한시에서는 3분기 택시 이용량의 40% 이상이 완전 자율주행 택시였다. 수도 베이징에서도 지난 9월 로보택시를 허용한 교외 이좡 지역을 필두로 시험 지역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리 CEO는 “몇 년 안에 지역별로 로보택시가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삼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다만 바이두의 미래 전망이 불분명하다는 의견도 있다. 로버트 리와 티파니 탐 블룸버그인텔리전스 애널리스트는 마케팅 비용이 늘어나고 중국 내수 경기가 둔화하면서 바이두의 성장률이 둔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3분기에 바이두는 마케팅 지출 증가로 판매관리비용이 전년 동기 대비 11% 늘어난 58억위안(1조584억원)을 기록했다.
이들 애널리스트는 “어니봇이 매출에 새롭게 기여했음에도 전 분기 대비 사업 성장률이 높지 않다"며 "AI 비즈니스 판촉 및 투자 비용과 중국 경제 성장 둔화가 바이두에는 위험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김동주 기자 djdd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