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반도체 강자 엔비디아가 3분기에도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실적을 내놓으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하지만 주가는 약세를 면치 못했다. 중국 및 다른 국가에 대한 AI 반도체 수출 제한으로 다음 분기에 매출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21일(현지시간) 엔비디아는 증시 마감 후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은 181억2000만달러로 전년 동기(59억3000만달러)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팩트셋이 집계한 매출 예상치인 161억9000만달러보다도 높은 수치다. 주당순이익(EPS)도 4.02달러로 전년 동기(0.58달러)는 물론 예상치(3.37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세부적으로 이 회사의 데이터센터 매출이 145억1000만달러로 예상치(129억7000만달러)를 웃돌았다. 게임부문은 28억6000만달러로 예상치(26억8000만달러)를 살짝 넘어섰다.
엔비디아는 최근 고성능 GPU ‘H100’의 업그레이드 제품인 'H200'을 내놓았다. H200은 내년 2분기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격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H100의 가격이 4만달러에 형성되어 있음을 감안하면 이보다 비싼 가격에 거래될 가능성이 있다. 엔비디아는 호주에 본사를 둔 비트코인 채굴 데이터 센터의 소유주인 아이리스 에너지가 H100 248개를 1000만달러에 구매한다고 밝혔다. H100의 개당 가격이 4만달러인 것이다.
엔비디아의 실적 행진에 걸림돌도 있다. 무엇보다 중국 수출 제한이라는 장애물에 직면해 있다. 엔비디아는 이날 “중국 및 기타 국가의 수출 제한 영향으로 4분기에 매출이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4분기 실적에 대한 우려로 이날 엔비디아 주가는 전날보다 0.92% 하락 마감했다. 시간 외 거래에서도 하락세를 보였다.
이와 함께 AMD도 새 AI 반도체를 내놓고 본격적인 경쟁에 나섰다. 이 회사는 지난 6월 'MI300X' 칩을 발표하고 연말부터 판매에 들어간다고 밝힌 바 있다. MI300X 칩은 엔비디아 H100 대비 2.4배 메모리 밀도와 1.6배 이상의 대역폭을 제공한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그럼에도 엔비디아가 장악하다시피 한 AI 반도체 시장 점유율이 깨지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투자은행 레이몬드 제임스는 “생성 AI가 산업 전반에 걸쳐 확대되면서 GPU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고 있다”며 “엔비디아가 2024년에도 AI 반도체 시장에서 85% 이상의 점유율을 유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실리콘밸리=최진석 특파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