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그룹이 제약·바이오 사업부문 컨트롤타워를 가동했다. 올해 3월 김선진 대표(사진)를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바이오텍 대표로 임명한 데 이어 6월 코오롱제약 신약개발부문 사장까지 그에게 맡기면서다. 김 대표는 취임 후 처음 한 인터뷰를 통해 기존 인프라의 장점을 극대화하도록 사업부문별 기능 중심 재편에 나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그룹 바이오 컨트롤타워 가동김 대표는 21일 “장기적으로 코오롱 제약·바이오 사업부를 연구개발(R&D)과 생산, 유통까지 가능한 구조로 재편할 것”이라며 “치료 가능한 질환군, 개발 물질에 따라 계열사별로 특화된 R&D에 집중하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그는 세계 1위 암센터인 미국 MD앤더슨 암센터에서 19년간 교수로 근무하면서 12건의 신약 개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그는 2021년부터 코오롱티슈진의 세계 첫 골관절염 세포유전자 치료제 ‘TG-C’의 미국 임상 3상시험을 책임지는 최고의학책임자(CMO)도 겸임하고 있다. 김 대표가 취임하면서 코오롱그룹이 제약·바이오 컨트롤타워를 가동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코오롱바이오텍, CDMO 사업 강화김 대표는 대대적 구조조정 대신 내부 신약 개발 역량과 인력 현황 등을 파악하는 데 집중해왔다. 장기적으로 각 계열사가 합성의약품, 바이오의약품, 의약품위탁개발생산(CDMO) 등의 사업을 중복 없이 유기적으로 가동하도록 만드는 게 목표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신약 개발 기능을 더하고 있다. 항체약물접합체(ADC) 등 저분자화합물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트렌드를 반영해 케미컬본부를 합성의약품 사업부로 개편 중이다. 그는 “이미 상용화된 원료의약품과 특수화합물을 생산하고 있다”며 “이를 활용하면 신약 개발 핵심 요소인 물질 상용화 생산을 위한 공정, 분석법 개발까지 전 주기를 내재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코오롱바이오텍의 충북 충주 공장은 미국 판매용 의약품 생산시설(cGMP)로 바꾸고 있다. 줄기세포, 엑소좀은 물론 바이러스벡터 생산시설로 확대하는 게 목표다. 김 대표는 “국내 주요 CDMO 시설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TG-C 미국 임상 순항 중코오롱티슈진의 TG-C 임상 3상시험은 순항하고 있다. 그는 “3개월마다 열리는 독립적데이터모니터링위원회(IDMC) 참석을 위해 미국을 찾고 있다”며 “임상 완료 후 2년간의 추적관찰을 위한 시스템, 데이터 관리 프로그램 개발, 품목허가(BLA) 준비 등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TG-C의 일본, 중동 판권을 보유한 싱가포르 주니퍼바이오로직스 의뢰를 받아 시료 생산에도 들어갔다. 일본 임상시험 신청 절차도 차질 없이 진행하고 있다는 의미다.
코오롱생명과학의 후속 신약 개발 속도도 높이고 있다. 비마약성 통증 치료용 신약 KLS-2031은 2019년 미국 1·2a상 시험계획(IND) 승인을 받았다. 항암제 후보물질 KLS-3021은 비임상 독성시험 분석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개방형 혁신(오픈이노베이션)도 확대한다. 국내 바이오기업의 좋은 신약 물질을 잘 성장시키는 인큐베이터 역할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그는 “대기업 자금력을 이용해 물질이나 회사를 사는 모델이 아니라 적극적인 상생 모델을 구축할 것”이라며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지식 등을 바탕으로 임상 개발과 최종 승인 단계까지 협력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