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가 윤석열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 중 하나인 ‘디지털 플랫폼 정부’ 홍보 계획을 줄줄이 잡아놓은 가운데 정부 행정망 먹통 사태가 터지면서 일정 강행을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정부는 전산망이 다시 작동하는 만큼 대부분의 일정을 계획대로 소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데, 체면이 서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행안부에 따르면 이상민 장관은 21일 윤석열 대통령의 영국 프랑스 순방단에 합류하기 위해 영국으로 출국했다.
이 장관은 애초 윤 대통령의 국빈방문에 동행할 예정이었으나, 정부 행정전산망 마비 사태가 터지면서 사태 수습에 집중했다. 그는 지난 12일부터 포르투갈과 미국을 방문해 디지털 정부와 공공행정을 알리는 일정을 소화하던 중 전산망 마비사태가 터지자 18일 조기 귀국했다. 19일 오전 전산망이 다시 정상 가동됐고, 20일 민원인이 대거 방문했는데도 큰 문제 없이 시스템이 돌아가자 정상화가 완료됐다고 판단하고 다시 출장길에 올랐다.
영국과의 디지털정부 차원 업무협약(MOU) 체결이 직접적인 이유다. 행안부에 따르면 알렉스 버가트 영국 내각부 장관은 이 장관에게 22일 MOU 체결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다. 행안부 관계자는 “버가트 장관이 직접 초청했는데 MOU에 다른 사람을 보내는 것은 외교적 결례”라고 했다. 협약에는 양국이 주도해 만든 디지털정부 관련 장관급 협의체인 디지털네이션스의 역할을 확대하고, 개발도상국의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협력 방안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행안부는 23일부터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와 함께 ‘2023 대한민국 정부박람회’를 열 계획이다. 21일에는 출입기자들을 대상으로 정책설명회를 했다.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실 국장 등 공무원과 기업인 10여 명은 21일부터 25일까지 제주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에서 디지털정부 관련 교육을 받는다. 정부 업무처리 전산화 시스템인 온나라에 대한 교육과 이번에 문제가 된 정부24와 관련한 온라인 강의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행안부는 연수를 알리는 보도자료에 ‘우즈베키스탄 정부가 비용을 내고 참여하는 프로그램’이라고 기재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전산망 마비 사태가 발생했다고 해서 사람을 불러놓고 돌아가라고 할 순 없는 노릇”이라며 “사고와 별개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한국의 행정시스템을 해외에 알리고, 민간기업과 함께 수출하는 작업은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