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잠실새내역 근처 아담한 제 오피스텔 임대합니다. 1주 단위로 25만원에 계약 가능합니다.”
부동산 단기임대 플랫폼 ‘삼삼엠투’에 올라온 글이다. 이 플랫폼에선 원룸이나 오피스텔, 아파트 등 주거 공간을 주 단위로 빌릴 수 있다. 사명은 10평 남짓의 원룸이나 오피스텔 공간을 뜻하는 33㎡에서 따 왔다. 가장 많이 거래되는 유형이다. 단기간 출장이나 파견을 온 직장인, 리모델링 등 수리로 짧은 기간 집을 쓸 수 없게 된 사람들이 이용한다.
삼삼엠투 운영사 스페이스브이의 박형준 대표(사진)는 2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단기임대 시장은 언제나 초과 수요가 발생하고 이 지점을 붙잡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를 위해 ‘주 단위’ 계약 방식을 내놨다. 통상 2년씩 계약하는 전·월세 시장과 다른 점이다. 최소 1주, 최대 12주까지 빌릴 수 있다. 보증금은 33만원만 내면 된다.
임대인과 임차인은 삼삼엠투 플랫폼 안에서 비대면으로 계약을 진행한다. 집주인이 플랫폼에 매물을 등록하면 세입자가 둘러본 뒤 플랫폼 안에서 계약하는 식이다. 박 대표는 “삼삼엠투 플랫폼은 보증금과 임대료를 보관하고 있다가 입주가 확인되고 계약이 이행되면 집주인에게 대금을 지급한다”며 “매물을 전수조사해 부동산 사기를 막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삼엠투는 지난달 월 거래액 30억원을 넘어섰다. 플랫폼에 올라온 매물은 5600개 수준이다.
박 대표는 어린 시절부터 사업을 하고 싶었다. 중·고등학생 시절 친구들과 식당에 가면 임차료는 얼마인지, 테이블을 하루에 몇 번이나 순환시킬 수 있는지 등을 사장님께 슬쩍 물어보기도 했다. 하지만 대학 졸업 뒤엔 직장생활을 택했다. 삼성화재에 입사해 리스크를 조사하는 일을 했다. 4년 정도 일한 뒤 다시 창업에 대한 열정이 되살아났다. 그런 생각이 들고 나서는 뒤돌아보지 않고 퇴사했다. 도시공학 전공을 살려 부동산 관련 사업을 해보기로 했다. 우선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보조 직원으로 들어가 바닥부터 다시 시작했다. 이후 딱 2주 만에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땄다.
스페이스브이의 법인을 차린 건 2018년이다. 부동산 중개업을 하면서 단기임대 수요가 항상 많았지만 강남 정도를 제외하면 집주인이 단기로 세를 놓는 경우는 없었던 점을 유심히 봤다. 지역 특성이 강한 부동산 시장에 대기업이 쉽게 뛰어들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박 대표는 단기임대 시장이 꾸준히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워케이션·재택근무가 늘면서 주거 문화의 패러다임 자체가 바뀔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내년엔 연 거래액을 지금보다 여섯 배 늘리는 게 목표”라며 “단기임대, 나아가 비대면 부동산 계약 플랫폼 업계에서 후발주자들이 따라올 수 없을 만큼 멀리 도망가겠다”고 말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