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지상전을 '전쟁범죄'로 규정하며 이스라엘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런 가운데 튀르키예 영부인인 에미네 에르도안 여사도 미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레드라인'(한계선)을 넘었다"고 비판했다.
에미네 에르도안 여사는 20일(현지시간) 보도된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전쟁이라고 할 수도 없다. 현재까지 살해된 팔레스타인인 약 1만2300명 중 여성과 어린이가 73%에 달한다"며 "최첨단 무기 기술을 보유한 이스라엘은 남자와 여자, 어린이와 노인을 구별하지 않는 집단적 처벌 방식을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쟁 중에도 문명화된 국가가 따르는 법이 있음에도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에서 차별 금지, 비례적 무력 사용, 화학 및 생물학적 무기 사용 금지와 같은 가장 기본적인 국제법 규칙조차 무시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모든 양심적인 사람의 '레드라인'은 자신이 저지르지 않은 범죄로 다친 무고한 사람의 목숨, 아기 혹은 '살고 싶다'고 외치는 어린이의 눈물이어야 한다"면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레드라인을 넘어선 군사작전을 벌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에르도안 여사는 이스라엘에 무기를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미국도 비난했다. 그는 "미국이 이스라엘에 안겨 준 폭약 도화선은 환자를 태운 구급차와 난민 캠프는 물론이고 병원과 중환자실 인큐베이터에 있는 신생아, 학교, 모스크, 교회를 표적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이어 "워싱턴이 극악무도한 행위에 연루돼있는데 이 분쟁에서 건설적인 역할을 한다고 누가 주장할 수 있겠냐"며 비꼬았다.
튀르키예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발생하자 친팔레스타인 기조를 유지하면서 이스라엘 등과 마찰을 빚고 있다. 오랫동안 사회운동가로 활동해 온 에르도안 여사가 미국 언론과 인터뷰를 하면서 이스라엘 지상전을 비판한 것은 이스라엘과 미국 양측에 휴전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앞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스라엘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이스라엘군이 하마스 소탕을 목표로 가자지구 알시파 병원을 급습했을 때는 "이스라엘은 테러국가"라고 비난한 바 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