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창업자들의 경력을 합치면 100년에 가깝죠. 함께 합을 맞춘 시간만 20년이고요. 대기업에서 쌓은 노하우를 새로 창업한 회사에 쏟고 있습니다."
골프 데이터 개인화 플랫폼을 개발하는 콜리테크놀로지의 박인환 대표는 2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30년 넘게 회사 생활을 하며 공부하고 고민해왔던 엑기스들을 새로운 골프 데이터 플랫폼 개발에 쏟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캐디로봇-SW솔루션 활용한 골프 플랫폼 개발"콜리테크놀로지는 골프 데이터 개인화 서비스 플랫폼을 만드는 스타트업이다. 플랫폼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는 인공지능(AI) 캐디 로봇. 클럽을 싣고 장애물을 피해 골퍼를 따라 다니는 로봇이다. 박 대표는 "미리 3D 골프장 지도를 입력해놓으면 골퍼의 동선을 고려해 벙커나 해저드를 스스로 피해다닐 수 있다는 게 강점"이라며 "관제 플랫폼과 통신하면서 실제 캐디처럼 골퍼 맞춤형 정보를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잔디가 상하지 않도록 로봇의 무게는 최대한 줄였다.
캐디 로봇은 각 골퍼의 필드 데이터를 분석해 빅데이터를 구성하고 상황에 따른 골프 클럽 추천이나 기상 정보 등을 제공한다. 골퍼 개인의 샷 기록도 저장한다. 로봇이 수집한 정보는 연결된 골프장의 스마트 관제 플랫폼에 전송된다. 골프장이 코스 유지 보수 등에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 하드웨어인 캐디 로봇과 관제 소프트웨어(SW)가 실시간으로 연결돼 골퍼 맞춤형 정보 제공과 골프장 자동화를 위한 플랫폼 역할을 한다는 게 핵심이다.
박 대표는 LG전자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 연구소 등 대기업에서 34년 동안 일하다 정년 퇴직 후 콜리테크놀로지를 창업했다. 나머지 두 명의 공동 창업자들 역시 같은 회사 MC 연구소의 하드웨어 팀장, 소프트웨어 팀장을 맡아 박 대표와 손발을 맞춰오다가 창업에 뜻을 모았다. 박 대표는 "30년동안 휴대폰을 만들고 연구하던 사람들이 모였으니 여러 기술을 조합해 제품을 설계하고, 여러 서비스를 접목시키는 방식의 플랫폼을 만드는 일엔 자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2020년 창업 후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시장 선점을 위해 로봇과 관제SW 개발에 초기 속도전을 모색했지만 초기 펀딩과 인재 수급 문제로 개발이 늦어지기도 했다. 그는 "대기업에 있을 땐 필요한 예산과 인원을 회사에 요구해 계획대로 일을 추진할 수 있었다면 창업 후엔 바닥부터 하나씩 설득해나가야 했다"며 "좋은 인재를 모으는 것도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2021년 1억원의 투자 유치 후 올해 초 5억원의 투자를 받으며 숨통이 트였다. "세계 골프장 75%가 '노캐디'…시장 더 커질 것"박 대표는 앞으로 AI 캐디 로봇과 골프장 무인 관제 SW를 사용하려는 수요가 더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전 세계 골프장의 75%가 노캐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고, 한국도 지방에 가면 캐디 없는 골프장이 많다"며 "전동 트롤리 시장 자체가 커지고 있어서 성장성이 높다"고 말했다. 콜리테크놀로지는 내년 초 서서울 CC 등에서 캐디 로봇과 관제SW를 접목한 골프 데이터 플랫폼 기술검증(PoC)를 추진할 예정이다. 골프장에 캐디 로봇이나 서비스 플랫폼을 설치해 사용 수익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국내 시장에서 자리잡고 난 후엔 해외에도 진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총 1만6156곳의 골프장을 보유한 세계 최대 골프장 보유국 미국, 3140곳의 골프장이 있는 일본 등이 타깃이다. 박 대표는 "미국은 거래 중인 기존 골프 관련 업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한국인 PGA선수 협찬을 통해 제품을 노출하는 방식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콜리테크놀로지는 골퍼 개인에게 맞춤형 골프 데이터를 제공하는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계획이다. 캐디 로봇에 카메라를 달아 골퍼의 스윙 자세를 분석하는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 과거 데이터와 현재 상황을 비교해 가장 좋은 클럽과 공략법도 제공한다. 박 대표는 "데이터를 계속 모으고 나면 AI를 활용한 개인 플레잉 코치가 가능해질 것"이라며 "어디서나 편하고 자유롭게 골프를 즐길 수 있는 골프 플랫폼을 통해 골프 대중화에 기여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