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을 파도 한 우물만 파라'는 속담이 있다. 한 가지 분야에 매달리다 보면 경험이 쌓여 숙련공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성장기를 넘어 활황기를 맞은 이차전지(2차전지) 산업에도 이처럼 한 우물만 판 인물이 있다. 국내 이차전지 장비 전문가로 불리는 정봉진 케이엔에스(KNS) 대표다. 정 대표는 코스닥시장 데뷔 선언을 하면서 "자동화 장비 경력 30년에 부끄럽지 않게 최고의 기술력으로 고객뿐 아니라 주주들 만족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21일 이차전지 자동화 장비 제조사 케이엔에스는 서울 여의도동 소재 한 중식당에서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기업공개(IPO) 기자간담회를 열고 코스닥 상장 이후 전략과 목표를 공유했다. 이 자리에서 정 대표는 "이번 상장을 통해 단기적으로는 생산능력(캐파·CAPA) 확대를 통한 매출 확대에 주력하고자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신제품 개발로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꾀해 이차전지 종합 장비 전문 기업으로 성장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 회사를 이끄는 정 대표는 1994년 자동화설비 강소기업인 진우엔지니어링에 입사한 뒤 십여년을 다니다 2006년 케이엔에스를 설립했다. 회사의 주된 사업은 이차전지의 전류차단장치(CID) 자동화 장비 제조다.
설립 초기에는 LCD 백라이트 자동화 장비 등 설계·제조 사업을 추진하며 회사를 키워갔다. 이후 2010년 스마트폰용 이차전지를 시작으로 2015년 전기차용 원통형 배터리 CID 장비 개발에 성공하면서 영역을 넓혔다. 이차전지 공정 중에서도 조립공정과 팩공정에 적용되는 안전 부품 제조 자동화 장비 개발·제조를 통해 외형적 성장을 거듭해 왔다.
회사는 이차전지 장비 사업 성장세를 굳히고자 신규 이차전지 관련 생산 장비를 개발할 예정이다. 현재 이차전지 시장에서 가장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원통형 4680 배터리 부품의 선제적인 연구를 기반으로 △리벳팅(Riveting) 자동화 장비 △양·음극 집전체 비전검사 장비를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4680 배터리의 경우 상단과 하단에 캡이 있어 이를 단단히 고정시키는 작업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회사는 물리적인 힘으로 배터리 상하단을 고정시키는 리벳팅 자동화 장비를 설계,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회사는 이차전지 배터리에 삽입되는 양·음극 집전체 개발 장비도 개발 중인 것 중 하나다. △3D 검사 △비젼 검사(이물질·흠집 여부) △딥러닝(다양한 불량 이미지를 모은 인공지능 검사) 등의 검사 장비를 개발해 이차전지 장비 포트폴리오 다각화 구축에 나설 계획이다.
신규 제품만 시간과 비용을 투입하고 있는 건 아니다. 시장의 수요가 커지고 있는 만큼 외형적 성장을 위해 캐파 확대와 해외법인 투자도 단행한다는 계획이다.
국내외 이차전지 제조사들의 지속적인 캐파 확대로 국내 대표 셀 3사의 시설투자금액(CAPEX)도 늘어나고 있다. 이에 발 맞추기 위해 케이엔에스는 평택 내 2공장을 증설했고 현재 입주를 마친 상태다. 신규 증설한 2공장의 경우 기존 1공장의 면적 3배인 1980㎡로 원통형 CID 기준 2.3배 확대된 연 평균 약 160대의 장비 생산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예상되는 매출 캐파도 연 평균 400억원에서 1000억원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회사는 관측했다.
회사는 이번 기업공개로 확보될 자금을 베트남법인(SDV)에 투자해 이차전지 장비 부품 가공과 장비 개발, 공급 등 신규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정 대표는 "회사는 오랜 업력으로 다져온 장비 개발 기술력과 효율적인 인력 구성 및 운영을 통해 타사 대비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었다"면서 "이차전지 제조 장비 도입을 위한 부지 확보를 해 둔 만큼 고객사의 해외 투자·시장 수요에 대응해 글로벌 이차전지 부품 장비 개발·제조 업체로 도약하겠다"고 했다.
한편 작년 기준 회사의 매출액은 347억원으로 전년(286억원) 대비 22% 성장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전년(40억원)보다 51% 늘어난 61억원으로 집계됐다.
케이엔에스는 이번 상장에서 75만주를 전량 신주로만 공모할 예정이다. 공모 예정가는 1만9000~2만2000원으로 총 공모금액은 142억5000만원~165억원이다. 오는 22일까지 수요예측을 진행하며 이달 27일과 28일 양일 동안 일반 청약을 진행한다. 상장 목표일은 다음 달 중으로 상장 주관사는 신영증권이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