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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공상은행(ICBC)이 최근 랜섬웨어 공격을 받아 채권 거래 등 일부 업무에 차질을 빚은 사건으로 미국 국채 시장에서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 공포가 다시 떠오르고 있다. 이번 공격으로 국채 거래와 환매조건부채권(레포) 거래에 문제가 생겼는데 특히 레포 거래 이상은 리먼 브러더스 파산의 원인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공상은행, 사이버 공격으로 미국 레포 거래 차질
19일(현지시간) 뉴욕 월가에선 이번 ICBC에 대한 사이버 공격으로 레포 시장에 영향을 미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레포는 채권을 매도한 뒤 일정 기간 후에 이자를 붙여 다시 매입하는 식의 단기 자금 조달 수단이다. 다시 사들이는 조건이 있기 때문에 환매조건부채권이라고 불린다.
공상은행 미국 뉴욕 지점인 ICBC 파이낸셜 서비스는 지난 9일(현지시간) 랜섬웨어 공격으로 레포 거래 관련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자 미 국채 거래 결제 처리를 위해 거래 데이터가 담긴 USB를 직접 거래 당사자인 BNY멜론 은행에 보내야 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랜섬웨어 공격 여파로 ICBC 파이낸셜 서비스가 미 국채 거래 일부를 종결하지 못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실제 ICBC에 대한 랜섬웨어 공격이 있었던 9일 오후 1시(미 동부 표준시) 기준 연 4.7%대 전후였던 미 국채 30년물 금리는 이날 오후 2시쯤 연 4.8% 이상으로 올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투자자들이 레포에서 시작된 문제가 시장 전체로 빠르게 확산할 가능성을 우려한다고 전했다. 6월 말 기준 250억 달러의 자산을 보유한 ICBC 파이낸셜 서비스는 하루 8000억 달러 규모의 국채가 거래되는 전체 시장에서 주요 투자자는 아니다.
하지만 이들이 거래를 멈추면 다른 금융회사들도 짧은 시간 안에 자금 확보를 위해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문제가 커질 수 있다. 실제 이번 해킹으로 인해 ICBC는 약 90억 달러의 미 국채를 거래하지 못했는데 전체 시장에선 620억 달러의 국채 거래에 이상이 생긴 것으로 추정됐다. 제2의 리먼 사태 우려도특히 과거 리먼 브러더스는 RP 방식으로 돈을 빌리면서 회계장부상 자산매각으로 처리하고 만기가 도래하면 다른 레포 거래를 통해 돌려막아 담보로 제공한 채권을 매각한 것으로 눈속임했다. 500억 달러 부채를 일시적으로 회계장부상에서 숨긴 효과를 냈다. 당시 105달러짜리 채권을 담보로 100달러의 돈을 빌리는 조건이었는데 리먼 브러더스 내부에서는 이일을 ‘레포105’라고 불렀다.
문제는 레포 시장에선 한 금융기관이 적은 돈이라도 돈을 갚지 못하면 연쇄 부실이 생길 위험이 크다는 점이다. 초단기 자금 조달 방식이기 때문에 상대방이 채권을 담보로 빌려 간 돈을 갚지 않으면, 돈을 빌려준 입장에선 또 다른 3자에게 돈을 빌려 구멍 난 곳을 메워야 한다. WSJ은 “레포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주가 폭락과 리먼 브러더스 파산의 원인이었다”며 “투자자들은 레포 시장의 경색을 우려하고 있고, 이곳에서 시작된 문제가 시장 전체로 퍼져나갈 수도 있다”고 전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