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쏟아지는 유명인들의 마약 의혹은 더 이상 놀랄만한 뉴스가 아니다. 지난해 국내 마약 사범 수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대검찰청 2022 마약류 범죄 백서에 의하면 2022년 전체 마약류 사범은 18,395명으로 전년 대비(16,153명) 13.9% 증가했다. 암수율(범죄가 숨겨지는 정도)이 높은 마약 범죄의 특성상 통계에 드러나지 않은 것까지 감안하면 과거 국내의 ‘마약 청정국’ 칭호는 멀어져만 가고 있다.
재범 높은 마약 범죄, 치료 없이는 덧없는 쳇바퀴질
마약 범죄가 사회의 고질병인 주된 이유는 재범률에 있다. 2022년 경찰청 범죄통계상 1년간 마약 범죄 재범자의 재범률은 40%로, 전체범죄 평균 재범률인 29.7%를 크게 웃돈다. 여타 강력 범죄인 △강도 31.1% △강간·강제추행 등 17.1% △살인 5%보다 높은 수치임은 물론, 37%의 재범률을 기록한 교통 범죄보다도 재범이 빈번한 수준이다.
그 탓에 마약류 사범의 경우 1심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는 비율이 다른 처분보다 가장 높다.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2022년 마약류 사범의 1심 재판 결과 점유율은 △실형 48% △집행유예 43% △벌금 4.3% 순으로 나타났다. 마약 사범의 경우 재범으로 인한 집행유예 결격자가 많고, 범죄 내용도 중하기에 도출된 결과라는 것이 대검찰청 측 분석이다. 문제는 치료가 시급한 마약 사범들이 또다시 교정시설에 들어가게 되면서 악순환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처벌과 치료의 병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쳇바퀴 돌 듯 범행과 수감, 재범이 반복된다.
근절의 열쇠는 결국 처벌과 치료의 평형 맞추기다. 김영호 을지대 중독재활복지학과 교수(한국중독전문가협회장)는 “마약 중독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앞면은 철저히 단속하고 형벌을 내리는 게 마땅한 범죄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 뒷 편에는 반드시 치료받아야 할 만성적 질환이라는 성격도 있다”며 “현행처럼 엄벌을 내리고 단속에만 힘쓰는 것으론 한계가 존재한다. 질병 치료라는 동전 반대쪽이 도외시되고 있는 상황”이라 말했다.
마약 중독 치료 인원 2.4%, 국가 마약중독 치료 시스템의 미흡한 현주소
현재 법령상의 마약 사범 치료 조치로는 최대 12개월간 마약 중독 전문 치료병원에 자의 또는 검찰 의뢰로 입원하는 치료보호, 검사의 청구로 법원의 결정 하에 대상자를 약물중독 재활센터에 수용시키는 치료감호가 있다. 하지만 치료보호 인원의 경우 △2018년 267명 △2019년 260명 △2020년 143명 △2021년 280명으로 수 해째 200명대 언저리에 그쳤으며, 2022년 421명으로 인원이 대폭 증가했으나 당해 총 마약 적발 인원이 18,395명인 것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치료감호 인원 역시 2022년 기준 18명에 불과하다. 즉, 지난 한 해 적발된 전체 인원 중 치료보호와 치료감호 모두 합해 오직 2.4%(439명)만이 국가 법령상에 의한 치료를 받은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 김영호 교수는 “사법 시스템과 보건복지를 제대로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미국의 치료법원 개념처럼, 마약류에 특화된 법적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중독이라는 질병을 앓는 사람이 범죄를 저지른 것이란 인식하에 사법부가 적극적으로 치료적 개입을 돕는 체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그는 “더불어 실질적으로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정책도 시급하다”며 “현재 국가에서 마약류 중독자를 위해 지원하는 지역사회 내 치료 프로그램은 식약처 산하 마약퇴치운동본부의 중독재활센터가 유일하다. 그러나 이는 단편적인 이용 시설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마약 중독자의 단약을 위해서는 지역사회 내에 장기 거주 시설, 낮 병원·밤 병원·주말 병원 등 부분 단기 입원 시설, 청소년 중독자 대상 대안학교 프로그램, 지속적 요양 보호를 위한 전문병원 등 기본적인 인프라가 구축돼야 한다”며 “하지만 대한민국의 마약류 관련 주무 부처는 마약 중독자를 환자로 보고 다루는 보건복지부가 아닌, 약물 단속과 규제 법령을 주로 다루는 식약처인 상황이라 실효성 있는 치료 인프라를 만드는 데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국가 짐을 민간이…다르크마저 바람 앞 등불
막막한 실정에 민간에서는 일부 기관과 개인이 자체적으로 주거형 약물중독 재활 치료 센터인 다르크(DARK)를 운영 중이나, 그마저도 풍전등화 신세다. 국내 소재 다르크는 경기다르크, 인천다르크, 김해다르크, 대구다르크 총 4곳으로 기존에도 그 수가 많지 않았는데, 최근 경기다르크가 소재지인 남양주시의 행정처분으로 운영 중단되며 사실상 남은 시설은 셋으로 줄어들었다. 현재 민간 다르크가 수용하고 있는 약물중독 재활 치료 환자들은 전국 시설을 모두 합쳐도 30여 명에 그친다.
김해다르크(리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는 한부식 원장은 “마약 중독은 평생에 거쳐 치료해야 하기에, 주거형 재활 치료 센터가 무조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마약 중독자들이 출소 후 갈 데가 없으니, 약물을 하던 예전 환경 속으로 되돌아가게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런데 주거형 재활 시설에 입소하게 되면 우선 일정한 주거 공간을 확보할 수 있고, 또 단약을 위한 공동체 생활을 하게 되니 시너지 효과가 상당하다”며 “하지만 문제는 우리 사회가 중독 재활 시설을 아직 용인하지 못했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한 원장은 “지역사회 내 중독 재활 시설의 존재에 대해 극도의 거부감을 느끼는 인식이 팽배하고, 국가의 지원은 전무해 개인이 감당하려니 경제적으로 파산에 이를 지경”이라며 “4년째 김해시 허가 하에 운영 중인 기관이지만 매번 시 측으로부터 예산이 모자라 지원해 줄 수 없다는 응답만 돌아온다”고 전했다. 이어 “수용자들의 입소비 22만 원과 지인들에게 받는 후원금 40만 원이 한 달 수입의 전부이기에 생활이 망가지고 있다”며 “이래서는 누군들 어떻게 약물중독 재활 치료 센터를 하려고 하겠냐. 중독자들이 회복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것은 잘못된 정책”이라 호소했다.
김영호 교수는 약물중독 재활 치료 센터의 실상에 “사실 이런 시설은 국가가 관리하고 지원해 줘야 하는데, 그 책임을 회피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 민간이 어쩔 수 없이 자생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라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 재산을 지키는 게 국가의 일인데, 마약 중독을 오직 범죄의 관점에서만 보고 교도소에 보내버림으로 마무리하는 조치는 그 의무를 외면하고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장유진 대학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