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삼성전자, 기상청, SK텔레콤, KT 등이 보유한 국내 슈퍼컴퓨터 종합 성능이 세계 9위로 집계됐다. 성능 기준으로는 151.3페타플롭스(PF)로 2021년(82.2PF)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국가 순위는 세 계단 하락했다. 최근 핀란드, 스페인, 이탈리아가 각각 고성능 슈퍼컴을 추가 도입해서다.
20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은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열린 ‘슈퍼컴퓨팅 콘퍼런스(ISC) 2023’에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슈퍼컴퓨팅 콘퍼런스는 1초에 연산을 몇 번 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세계 상위 500개 슈퍼컴(톱500)을 집계한다. 1PF는 초당 1000조 번의 수학 연산 처리 속도를 뜻한다.
한국은 올해 네이버가 운영하는 슈퍼컴 ‘세종’(사진) 등이 새로 톱500에 진입했다. 슈퍼컴 세종의 연산속도는 32.97PF다. 세계 슈퍼컴 중에서 22위 성능이다. 종전까지 국내 1위 슈퍼컴이던 삼성전자의 ‘SSC-21’(25.177PF·세계 28위)를 능가한다.
슈퍼컴 세종은 엔비디아 A100 텐서 코어 그래픽처리장치(GPU) 2240개로 구성됐다. 엔비디아 퀀텀 인피니밴드 네트워킹 플랫폼과 인네트워크 컴퓨팅을 통해 저지연, 고속 통신이 가능하다. 슈퍼컴 전용으로 3.6페타바이트(PB)의 스토리지(저장공간)를 구축한 것도 특징이다. 네이버는 슈퍼컴 세종을 통해 인공지능(AI)을 구현하고 있다.
세종과 SSC-21의 뒤를 이어 기상청의 ‘구루’(18PF·47위)와 ‘마루’(18PF·48위), SK텔레콤의 ‘타이탄’(14.2PF·59위), KISTI의 ‘누리온’(13.9PF·61위), KT의 ‘DGX 슈퍼POD’(10.4PF·72위) 등이 뒤따랐다.
세계 1위 슈퍼컴은 미국 오크리지 국립연구소의 ‘프런티어’다. 작년 6월부터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프런티어의 성능은 1194PF다. 1초에 119.4경 번 연산이 가능하다. 2위와 3위 슈퍼컴 또한 미국이 보유하고 있다. 올해 새롭게 등장한 아르곤 국립연구소의 ‘오로라’(585PF)와 마이크로소프트 애저의 ‘이글’(561PF)이다.
10위 내에 4대(미국 3대, 스페인 1대)의 새로운 슈퍼컴이 새로 등장한 가운데 지난 6월 2위를 달성한 일본 이화학연구소-후지쓰의 ‘후가쿠’(442PF)와 3위였던 핀란드 과학IT센터(CSC)의 ‘루미’(379PF)는 각각 4위와 5위로 두 계단씩 순위가 내려갔다. 톱500 중 각 슈퍼컴의 PF를 종합한 성능 면에서는 미국이 53.0%, 일본이 9.5%, 중국이 5.8%를 차지해 이들 국가가 전체 68.3%를 점유했다. 대수로는 미국이 161대(32.2%), 중국이 104대(20.8%), 독일이 36대(7.2%)를 기록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