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사업을 통해 6000여 가구의 대단지로 탈바꿈을 추진하는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가 기존 계획(50층)에서 대폭 상향한 70층 건축 계획을 확정했다. 송파에서 최고층 단지로 거듭날 전망이다.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 1차 자문을 받아 송파구가 공개한 계획안이다.
서울교육청이 조합에 요구하면서 1년여 동안 발목을 잡아 온 중학교 부지를 없애고 공공용지로 전환하기로 했다. 교육청이 미리 학교 용지를 확보한 뒤 학생 수 감소를 이유로 취소해 재건축이 지연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서울시가 교육청의 이 같은 업무 관행에 선을 그은 첫 번째 사례로 꼽힌다. 50→70층으로 랜드마크 주동 올려
송파구는 지난 16일 잠실아파트지구 개발기본계획 변경안과 잠실주공5단지아파트, 재건축사업 정비계획 변경안, 지구단위계획 변경안을 한꺼번에 정정 공고했다.
정비계획 변경안에 따르면 1978년 지어진 이 단지는 기존 최고 15층, 30개 동, 3930가구에서 향후 최고 70층, 41개 동, 6303가구(공공주택 587가구)로 탈바꿈한다. 지하철 2호선 잠실역 부근(준주거지역)에 70층 주상복합 랜드마크를 세운다는 계획이다. 나머지 구역에는 20~49층짜리 아파트가 들어설 전망이다. 전용면적 85㎡를 초과하는 중대형 평수가 3186가구로 과반수 이상이다. 한강 변에 공원을 선형으로 구성한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2017년 전체 면적의 25%를 요구해 주민의 반발이 컸던 공공기여 순부담률은 16.07%까지 줄어들었다.
이번 계획안은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 1차 자문 결과가 반영됐다. 조합은 올초 서울시가 층수 제한을 폐지하는 내용의 ‘2040 서울플랜’을 발표하자 계획안을 바꾸기로 했다. 빠른 정비계획 변경을 위해 신속통합기획 자문형에 참여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신속통합기획 자문형은 기본 3차에 걸쳐 자문을 제공할 계획”이라며 “다른 단지도 첫 자문을 토대로 열람공고를 하고 이후 2·3차 자문을 거쳐 도시계획위원회에서 확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비대위가 제출한 신속통합기획 철회 동의서는 보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발목 잡은 학교 용지는 모두 철회조합과 서울시, 송파구는 문제가 된 신천초 이전 용지를 없애고 기존 용지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당초 서울시와 조합은 신천초를 옮길 부지와 기존 신천초 부지를 맞교환하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교육부가 기존 부지는 서울교육청 소유가 아니라 국유지라는 이유로 교환을 불허하면서 수년째 사업이 지연됐다. 조합이 국유지인 신천초 부지를 사들여야 한다고 해석한 것이다. 1년여간의 논의 끝에 신천초 이전은 취소하기로 했다.
교육청이 신천초 이전 때 요구한 중학교 용지는 없애고 대신 공공용지로 변경했다.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위원회에서 통과될 때 중학교 용지로 다시 바꾸겠다는 방침이다. 심의를 넘지 못해 중학교 신설이 완전히 철회되면 서울시는 각 부서에서 수요를 조사해 부지 활용 계획을 다시 짜기로 했다.
이번 결정은 서울시의 학교시설 결정 방안 개선안에 따른 조치로 해석된다. 교육청이 미리 학교 용지를 요구했다가 학생 수 감소로 설치가 취소되거나 지연돼 재개발·재건축이 1년 이상 늦어지는 사례가 속출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교육청의 공공기여 관행에 철퇴를 내린 첫 사례라는 평가다.
잠실주공5단지가 신속통합기획 자문을 통해 학교 문제를 해결하는 등 재건축이 속도를 내기 시작하자 시세도 점차 오르는 분위기다. 전용 82.51㎡는 지난달 12일 29억4600만원에 손바뀜하면서 연초(23억2300만원)보다 5억원 이상 올랐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