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전화받고 나갔다가‥음주 단속 걸린 남성 '항소심도 무죄'

입력 2023-11-20 19:34
수정 2023-11-20 19:35

부당한 방법을 동원한 경찰관의 음주 측정을 거부한 운전자에게 법원이 1심과 항소심 모두가 운전자의 손을 들어줬다.

20일 울산지법 형사항소1-3부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측정거부) 혐의로 기소됐으나 무죄 판결을 받은 50대 A 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1심 판결처럼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사건은 지난 2021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느 날 밤 울산 한 도로에서 A 씨가 음주운전을 했다는 목격자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현장으로 출동했다. 하지만 A 씨는 이미 귀가한 상태였다. 이에 경찰관은 A 씨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이 경찰관이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은 채 "주차된 차를 박아버렸다. 잠깐 나와서 보셔야겠다"고 말했다.

A 씨는 차 상태를 살펴보기 위해 주차장으로 나왔다. 경찰관은 술 냄새 등이 나는 A 씨의 상태를 확인하고 음주 측정을 요구했지만, A 씨는 불응했다. 자신은 운전한 사실이 없고, 후배가 운전했다며 측정을 거부했다. 경찰관은 해당 후배 인적 사항과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했으나, A 씨는 개인정보라서 말해 줄 수 없다고 했다. 경찰관은 A 씨를 체포했고, 검찰도 그를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경찰관이 신분을 감춘 채 사고를 위장해 A 씨를 불러낸 것 자체가 부당하다며 무죄를 선고한 것. 이에 검사는 다소 기망적인 방법을 사용했다고 하더라도 A 씨가 음주운전을 했다고 볼 만한 타당한 근거가 있기 때문에 유죄가 인정돼야 한다는 취지로 항소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 판결도 원심과 같았다. 특히, 경찰관 신분을 감춘 채 A 씨를 불러낸 것이 적법했다 하더라도 이후 A 씨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고 봤다. 경찰관이 측정 거부 시 현행범으로 체포될 수 있다는 사실을 A 씨에게 직접 고지하지 않았고, 지구대로 연행하는 과정에서 A 씨에게 동행을 거부할 권리, 묵비권, 변호사 선임 권리 등 이른바 '미란다 원칙'도 알려주지 않았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위법한 방법으로 체포해 음주 측정을 요구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으며 피고인 역시 위법한 음주 측정 요구에 응할 의무가 없다"고 판시했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