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요양병원 간병비의 건강보험 급여화 시범사업 예산을 증액하고, 내년 중으로 국민건강보험법을 개정해 급여화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간병비 급여화를 공약했지만,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하는 등 정책 추진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간병비 급여화가 연간 수조원대의 재원 투입을 요구하는 만큼 건보 재정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20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에서 “지난달 간병비가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대 상승폭을 기록해 월 최대 500만원 수준”이라며 “간병비 건강보험 급여화로 요양 간병 부담이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간병비 급여화는 윤석열 대통령이 공약했던 사업이기도 하다. 대통령은 말 따로, 행동 따로의 모습을 되풀이하지 말고 국민의 고통을 들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간병비 건강보험 급여화는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이 대표(당시 민주당 후보) 양측이 공약한 사안이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우리 사회가 연간 10조원 이상의 사적 비용을 간병에 투입하면서 ‘간병 지옥’ ‘간병 파산’ ‘간병비 폭탄’ 같은 신조어가 생겨나고 있는 만큼 건강보험이 관련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취지다. 건강보험공단은 지난 1월 ‘요양병원 간병 급여추진 태스크포스(TF)를 보건의료지원실 산하에 설치하고 관련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하지만 야당은 정부가 실제로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불만을 품고 있다. 정부가 내년 예산안에서 대한요양병원협회가 요청한 '간병비 시범사업' 관련 예산 16억원을 전액 삭감했기 때문이다. 이에 민주당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예산심사소위원회에서 관련 예산을 80억원으로 증액해 의결했다. 민주당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도 정부와 여당을 설득해 시범사업 예산 80억원을 지켜내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나아가 시범사업이 시행되는 내년에는 건강보험법을 개정해 간병비 급여화를 의무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건강보험법상 보험급여의 종류에 진찰, 약제, 처치, 수술, 재활, 입원, 간호, 이송 등이 명시되어 있는데, 여기에 ‘간병’을 추가하면 급여 지원의 제도적 근거가 된다”며 "이러면 빠르면 2025년부터는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간병비 급여화가 이용자들의 비용 부담을 완화할 뿐 아니라, 간병산업 내 다양한 문제들을 바로잡을 기회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건보공단 연구에 따르면 요양시설은 무허가 외국인 간병인 고용이나 의료피해도가 낮은 치매 및 노인질환 환자의 장기입원 등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다. 이는 중앙정부 차원의 관리·감독 가이드라인이나 지원이 전무하기 때문인 만큼, 건강보험 재원으로 지원이 이뤄지면 감사 및 관리 감독이 가능해진다는 것이 민주당의 논리다.
문제는 재원이다. 건보는 간병비 급여화에 따른 비용이 최대 연간 9조원 이상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급격하게 진행되는 고령화로 건강보험의 장기적 재정 전망이 어두운 상황에서 간병비 급여화는 추가적인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다. 민주당 관계자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단계적으로 보장 범위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여당은 간병비 급여화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점진적 급여화를 통한 ‘속도조절’을 시사했다. 여당 관계자는 “대통령의 공약이고, 건보도 정책과제로 고민하고 있는 사안이라 원칙적으로는 여당도 찬성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재원 문제가 너무나 심각한 만큼 일단 간병비를 의료비 항목에 편입한 뒤 점진적으로 급여화를 추진하자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전범진/설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