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스틴 토레스(43)는 최근 미국 문단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다. 지난 15일 미국 최고 권위의 출판문학상인 전미도서상 소설 부문을 받았다. 지금껏 펴낸 장편은 두 편에 불과하지만 ‘퀴어 문학’을 영미권 문학의 주요 무대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1980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났다. 사춘기 때 자신의 동성애적 정체성을 발견했다. 뉴욕대에 장학생으로 입학했지만 주변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퇴했다. 이후 미국 전역을 돌며 여러 직업을 전전했다. 작가로 살겠다고 마음먹은 건 10년여의 방랑을 끝낸 31세 때였다. 히스패닉 혼혈과 경제적 빈곤층, 동성애자로서 사회 주변부를 맴돈 자기 경험을 녹여 소설을 썼다.
<위 더 애니멀즈>는 부모의 위태로운 관계와 아버지의 폭력을 겪어내는 세 형제의 성장기를 다룬 이야기다. 책은 출간 즉시 미국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15개 언어로 번역됐다. 2018년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돼 선댄스영화제에서 상을 받았다.
전미도서상 수상작인 <블랙아웃>은 토레스가 12년 만에 내놓은 장편소설이다. 동성애를 질병으로 여기는 사회의 시선을 비판하는 책이다. 이들의 목소리를 가로막는 세태를 풍자하듯, 작품 속 동성애자들의 진료 기록과 초상화 일부는 검게 칠해져 가려진 채로 등장한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