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외국계 투자은행 임원이 자신의 제보로 징계받은 임직원들의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신고로 해고됐지만, 법정 다툼 끝에 1심에서 무고함을 인정받았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48민사부는 외국계 투자은행 A사의 임원 B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회사가 징계권을 남용했다”고 판단했다.
B씨는 2017년 8월 A사 준법감시팀에 “서울지점의 은행부문 임직원들이 인가받지 않은 증권 업무를 했다”고 제보했다. A사는 곧바로 자체 조사를 진행해 2017년 10월 금융감독원에 해당 내용을 자진 신고했다. 이로 인해 조사 대상자였던 은행부문 상무는 감봉 3개월, 직원 10여 명은 견책 징계를 받았다.
그런데 징계받았던 직원들이 B씨가 소속된 증권부문 채권팀으로 이동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이 직원들은 2020년 B씨가 직장 내 괴롭힘을 했다고 사내에 제보했다. A사는 그해 7월 B씨를 해고했다. 해고통지서에는 “B씨는 한 직원이 욕을 하면서 자신을 밀쳤다고 허위 주장을 하고, 초대받지 않은 다른 직원의 저녁식사에 따라가 식당 밖에 서 있는 등 위협했다”는 내용이 적혔다.
B씨는 해고에 반발해 소송을 냈다. 그는 “은행부문 직원들이 팀에 합류하면서 업무 관련 정보를 공유받지 못하는 등 따돌림을 당했다”며 “징계 사유로 적힌 행동도 따돌림에 대해 항의하면서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A사는 “사내에 접수된 제보 내용을 검토해 해고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맞섰다.
법원은 A사의 징계 사유가 적절하지 않다고 보고 B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가 직원이 자신을 밀쳤다고 이야기한 날 실제로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상해진단서를 발급받은 사실을 고려하면 근거 없는 주장이 아니다”고 판단했다. “위협적인 행동을 했다”는 사측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저녁 약속 장소는 5층이었고, A씨는 1층 계단에 서 있었을 뿐”이라고 일축했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