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1월 17일 오전 7시 39분
이수만 총괄프로듀서를 몰아내고 카카오를 앞세워 내부 반란에 성공한 SM엔터테인먼트 경영진이 회삿돈으로 ‘개국공신 챙기기’에 나섰다. 경영권 확보를 도운 임직원이 보유한 연예기획사를 회사 자금으로 인수하는 식이다. SM엔터 내부 반란을 주도한 장재호 최고전략책임자(CSO)가 은밀하게 추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 과정과 가격이 적절했는지 논란이 일고 있다.
1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M엔터는 소형 기획사인 10x엔터테인먼트(텐엑스엔터테인먼트)의 아티스트매니지먼트 사업부문을 22억원에 인수했다. 인수 주체는 SM엔터의 100% 자회사이자 이성수 전 SM엔터 대표가 대표로 있는 크리에이션뮤직라이츠(KMR)다.
2020년 설립된 10x엔터의 소속 아티스트는 JYP엔터테인먼트 소속 보이그룹인 스트레이키즈 출신 김우진 씨가 유일하다. 보유 현금은 312만원에 불과한 데다 부채가 자산을 8억원 초과했다. SM엔터는 이 매니지먼트 사업부의 영업권을 30억원으로 평가해 웃돈을 주고 인수했다. 업계에선 “소속 아티스트가 단 한 명인 기획사가 거래된 사례는 최초”란 관전평이 나왔다.
10x엔터 인수는 SM엔터 내부에서도 논란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10x엔터 사내이사 최모씨, 윤모씨가 SM엔터에도 겸직 중이기 때문이다. 최씨는 SM엔터의 IT(정보기술)비즈니스 센터장, 윤씨는 SM엔터의 선임 직원으로 ICT(정보통신기술)팀에 재직하고 있다. 최씨는 SM엔터에 매니지먼트 사업부를 넘긴 지난 9월까지 10x엔터 대표를 맡았다.
최씨는 SM엔터의 비선 실세로 불리는 장 CSO의 오른팔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10x엔터를 운영하던 2021년 SM엔터의 자회사인 SM브랜드마케팅에 입사했다. 이성수 당시 SM엔터 대표가 이수만 총괄에게 최씨를 신사업 전문가로 추천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는 작년 말 이 대표가 장 CSO와 함께 반란을 준비했을 무렵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윤씨와 함께 장 CSO가 구상한 모든 반란을 도우며 핵심 인물로 떠올랐다.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저지하고 현 경영진이 집권하자 올해 3월 SM엔터 본사로 합류했다. SM엔터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SM엔터 본사에서 인수하려고 했다가 내부적으로 논란이 많아 자회사인 KMR을 앞세워 은밀하게 인수한 것”이라고 귀띔했다.
KMR이 8월 더허브의 음악 퍼블리싱 사업부문을 63억원에 인수한 거래도 도마 위에 올랐다. 기업가치가 적절했는지를 두고도 잡음이 예상된다. 앞서 JYP엔터는 2020년 4월 오너인 박진영 이사의 개인회사인 JYP퍼블리싱을 26억원의 기업가치로 인수해 100% 자회사로 편입한 바 있다. 당시 JYP퍼블리싱은 순자산이 12억원에 달한 데다 순이익도 흑자를 기록했다. SM엔터는 2020년 설립된 순자산 2억원에 불과한 더허브의 퍼블리싱 영업권을 60억원으로 평가해 인수했다. 더허브가 ITZY, NCT, 강다니엘 등 다수의 음악 퍼블리싱을 맡아 인지도를 쌓고 있지만 다수의 아티스트 육성 능력을 증명한 박 이사와 비교했을 때 인수가격이 적절한지 의문이라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행동주의펀드와 함께 주주가치를 훼손했다고 반기를 들던 현 경영진이 무리한 측근 챙기기로 기업가치를 훼손하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SM엔터 관계자는 “회사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판단해 외부 평가를 거쳐 매니지먼트 사업과 음악 퍼블리싱 사업을 인수한 것”이라고 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