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지주회사 C레벨(부문장) 축소와 일부 자회사 통폐합 및 최고경영자(CEO) 교체 등을 검토하고 있다. 지주사는 그룹사 경영 개입을 최소화하고 모니터링 기능에 충실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15개에 달하는 자회사도 효율성 측면에서 재편이 필요하다는 게 진 회장의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3월 취임 이후 “이익에 치중하는 대신 고객 신뢰 등 ‘질적 성장’을 추구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온 진 회장이 체질 개선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주사는 모니터링에 집중해야”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는 다음달 중순께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와 임시 이사회를 열어 경영진 및 자회사 CEO 인사를 단행할 방침이다. 이사회에선 부문장 축소 등 조직 개편 등도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은 전략·지속가능경영, 재무, 운영 등 10개 부문을 두고 있다. 부문장은 부사장급으로 지주사에 부사장(은행 겸직 포함)이 10명에 달하는 구조다.
신한금융과 리딩금융 경쟁을 벌이고 있는 KB금융은 재무, 리스크관리, 경영연구소 등 세 곳만 부사장이 맡고 있다. 그룹장 체제인 하나금융도 디지털, 그룹지원, 리스크관리 등 여덟 개 그룹을 부사장이 담당한다. 우리금융은 올해 3월 취임한 임종룡 회장이 지주 총괄사장제와 수석부사장제 등을 폐지해 부사장은 재무부문장과 브랜드부문장 등 두 명이다.
진 회장은 취임 이후 지주사는 ‘계획’ ‘실행’ ‘평가’ 구조에서 평가 영역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9월 지주사 창립 22주년 기념 토크콘서트에서 “지주사는 그룹사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현장은 놔두고 시장 전체를 봐야 한다”며 “그룹사가 신호 위반이나 과속을 하지 않는지 모니터링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신한금융 부문장 10명 중 고석헌 전략·지속가능경영 부문장과 왕호민 준법감시인 등 두 명을 제외한 여덟 명의 부문장이 연말 임기가 끝나는 점도 부문장 축소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자회사 CEO 대거 교체하나신한금융은 인공지능(AI) 기반 투자금융회사인 신한AI를 올해 말까지 청산하기로 했다. 자산 규모가 393억원에 불과하고 업무 특성상 별도 자회사 운영에 따른 실익이 크지 않다는 이유지만 그룹사 재편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신한금융은 신한은행과 신한카드 신한라이프 등 15개 자회사를 두고 있다. 신한AI 청산으로 14곳이 되지만 자회사가 11곳인 KB금융에 비해 여전히 많은 편이다.
금융권에선 신한금융이 운용 계열사 중심으로 일부 사업을 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리츠(부동산투자회사)가 위탁한 부동산 투자 및 운용 업무를 하는 신한리츠운용은 효율성 측면에서 신한자산운용과 합병이 가능하다는 시각도 있다. 펀드서비스 전문업체인 신한펀드파트너스 등 일부 자회사는 손자회사화하는 방안 등도 거론된다.
신한금융 15개 자회사 중 올해 말 CEO 임기가 끝나는 곳은 신한투자증권 신한캐피탈 신한자산운용(전통자산·대체자산) 등 아홉 개(10명)다. 신한은행(행장 정상혁), 신한카드(대표 문동권), 신한라이프(대표 이영종) 등 진 회장이 내정자 시절인 지난해 12월 선임된 ‘빅3’ 계열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CEO가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취임 2년 차를 맞는 진 회장이 자신의 경영 철학을 구현할 수 있는 조직 개편과 CEO 선임을 통해 혁신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