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만들어낸 역대 최강 로켓 ‘스타십’이 신기술 ‘핫 스테이징’으로 단 분리에 성공했다. 최종 궤도 비행을 완료하진 못했지만 인류의 화성 개척이라는 꿈에 한 발 더 가까이 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18일 오후 10시(한국시간)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X 로켓 발사장 스타베이스에서 높이 120m의 초거대 우주선 스타십이 지구의 중력을 이겨내고 공중으로 떠 올랐다.
1단 로켓 ‘슈퍼헤비’를 구성하는 33개 랩터 엔진이 모두 정상적으로 점화했다. 추력 7500t의 화염을 내뿜으며 비행을 계속했다.
발사 후 2분 47초 시속 5571㎞로 고도 73㎞에 도달하자 2단 로켓 겸 우주선 ‘스타십’의 6개 엔진에 불이 붙었다.
1단과 2단을 분리하기 전에 2단의 엔진을 점화하는 핫 스테이징 기술이다. 이 방식은 러시아가 제작한 로켓에 주로 사용한 방법이다.
1단 로켓은 발사 후 3분 22초 고도 90㎞에서 폭발했다.
비행을 계속한 2단 스타십은 발사 후 8분 7초 시속 2만 4124㎞로 고도 148㎞에 도달했을 때 통신이 두절됐다.
이어 ‘RUD(rapid unscheduled disassembly: 계획되지 않은 급격한 해체)’가 벌어졌다.
RUD는 스페이스X가 로켓 공중 폭발을 완곡히 표현하는 단어다.
스페이스X 수석 통합 엔지니어인 존 인스프러커는 신호를 되찾을 수 없었다며 스타십의 자폭(self-destruct) 기능을 작동시켰다고 밝혔다.
이어 “비록 RUD 하긴 했지만 1단 슈퍼헤비의 33개 엔진이 아름답게 점화했고, 2단을 분리하는 핫 스테이징도 예정대로 성공했다”며 “최종 비행 데이터를 분석해 다음 3차 발사를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페이스X는 지난 4월 1단과 2단을 결합한 첫 발사에서는 목표로 했던 궤도 비행에 실패했다.
1단 로켓 슈퍼헤비를 구성하는 33개 엔진 중 5개에 불이 붙지 않았다. 스타십은 발사 후 3분59초 시속 2123㎞로 고도 29㎞에 RUD 했다.
스페이스X는 스타십 1차 발사 후 1000여 개 이상의 변화를 줬다. 핫 스테이징을 위한 설계 변경이 대표적이다. 단 분리가 되기 전에 작동하는 2단 엔진의 화염이 기체에 손상을 입히지 않고 제대로 분출되게 하기 위해서 스타십 단 연결부 환기구를 확장했다.
스타베이스에 1000㎥의 고강도 강화 콘크리트와 고압의 물을 뿜어내는 수랭식 강철판도 설치했다. 1차 발사 당시 스타베이스 발사 패드는 산산조각이 났다. 스타십에 장착된 33개의 강력한 랩터 엔진이 내뿜는 7500t급 추력의 화염을 발사대가 견디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는 다음 스타십 발사까지 최소 1년 이상의 수리 기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페이스X는 서둘러 강화 콘크리트와 수랭식 강철판으로 발사대를 보강했다. 일명 ‘물바다(water-deluge)’ 시스템이라 불리는 발사대 보강 작업 결과물에 대해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는 “뒤집어 놓은 샤워기”라고 설명했다.
스페이스X는 물바다 시스템이 정확하게 얼마나 많은 물을 순간적으로 뿜어내는지 공개하지 않았다. 일부 환경단체는 물바다 시스템이 스타베이스 주변 수질을 오염시켜 환경을 파괴할 수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로켓 화염과 배기가스에 의해 오염된 물이 지하수로 흘러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어류야생동물관리국(USFWS)은 연방항공청(FAA)과 합동 환경 검토를 두 달간 진행했다. 이들은 물바다 시스템이 주변 환경에 심각하게 우려할 만한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보고 스타십 2차 발사를 최근 허가했다.
스타십은 머스크가 선언한 화성 개척의 핵심이다. 우주선 전체 높이는 120m다. 미국 뉴욕시 자유의 여신상(93.5m)보다 크다. 스타십에는 최대 120명의 사람과 화물을 실을 수 있다. 지금까지 나온 유인 우주선은 6명 정도가 한계였다. 머스크는 스타십을 이용해 화성에 100만 명이 거주할 수 있는 도시를 세우겠다고 밝혔다.
김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