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에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별도로 만나 세 나라의 가까운 관계가 다시 한번 확인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8월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정상회의를 한 세 정상이 3개월 만에 다자회의 참석을 계기로 따로 만났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기시다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을 하고 양국 관계 현안을 논의했다. ○한·미·일 끈끈한 신뢰 재확인이날 한·미·일 3국 정상 회동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대통령 임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 두 분 덕분에 짐을 크게 덜 수 있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3국 정상은 안보와 경제협력이 동전의 양면 같은 상관관계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모두 공감하고 있다”며 “한·미·일 3국 협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전했다.
이 관계자는 “3국 정상은 캠프 데이비드에서 구축한 한·미·일 3국의 포괄적 협력체계가 성공적으로 이어져 온다는 사실에 만족하고 있다”며 한·미·일 정상이 3국 협력 강화의 중요성에 대해 대화를 나눈 사실을 공개했다. 대통령실은 세 나라가 첨단기술 협력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첨단기술 보유가 군사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할 때 관련 협력은 군사, 정치 시스템, 이념, 가치 등 모든 분야에서 100% 가까이 신뢰가 가능한 나라와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외교가에서는 각국 정상이 분 단위로 일정을 쪼개서 계획하는 다자회의의 특성을 감안할 때, 약 10분간 이뤄진 3국 정상의 회동은 예상 밖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尹·기시다, 만나자마자 포옹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이날 별도 정상회담을 했다.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회담한 이후 2개월 만이다. 올해 들어서는 일곱 번째 한·일 정상회담이다.
양국 정상은 한·일 관계가 긍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공유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거두도록 더 노력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한·일 정상은 두 국가 간 현안뿐만 아니라 ‘글로벌 사우스’(남반구 신흥국 및 개발도상국)에 대한 대응 등 글로벌 현안 대처도 함께하기로 합의했다.
일본 외무성은 보도자료를 통해 “양국 정상은 중동 사태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등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했다”며 “두 정상은 정상을 포함한 각급에서 수시로 소통하기로 했다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회담 첫머리발언을 통해 “양국의 신뢰를 공고하게 하고 한·일 관계 흐름을 긍정적으로 이어 나가고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며 “고위급 경제협의회 개최를 포함해 각 분야에서 양국이 긴밀히 소통할 수 있도록 기시다 총리와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양국 정상은 만나자마자 가볍게 포옹하며 친밀함을 드러냈다. 현지 교통 사정으로 기시다 총리가 20분가량 늦게 도착해 “많이 기다리게 해 죄송하다. 늦을까 봐 차에서 내려 걸어왔다”고 사과했고 윤 대통령은 “괜찮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