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17일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횡재세법을 비판하면서 법적인 문제부터 은행산업에 미치는 악영향까지 다양한 측면을 거론했다. 지나친 이자 수입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도록 은행에 요구할 수 있지만 법적으로 세금이나 부담금을 강제해선 안 된다는 게 골자다.
반면 민주당은 횡재세법 처리 필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앞서 국회를 통과한 ‘파업조장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처럼 민주당 강행 처리가 임박했다는 우려가 나온다. ○與 “은행 주주 이익 침해”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횡재세에 대해 “조세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며 “고수익을 올린 다른 업체는 내버려두고 왜 은행에만 물리느냐는 항변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횡재세가 도입되면 어떤 식으로든 (은행) 주주의 이익이 침해돼 은행 경영진이 배임 혐의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위헌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횡재세가 은행 혁신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문제점도 지적했다. 윤 원내대표는 “은행이 예대금리차로 손쉽게 돈을 번다지만 과감한 혁신을 통해 고수익을 올리는 것도 언제든 가능하다”며 “높은 횡재세가 존재한다면 은행권 스스로 혁신을 시도할 유인이 없어진다”고 했다. 또 “은행주의 해외 투자자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횡재세를 도입하면 자칫 해외 투자자의 자금 이탈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서 도입한 횡재세와 한국의 횡재세 논의에는 크게 차이가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관련 기업에 한해 일시적으로 부과하는 유럽 여러 나라의 횡재세와 은행에 부과하려는 민주당의 횡재세는 구조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윤 원내대표는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는 말이 있는데 민주당은 귤을 탱자로 만드는 재주가 있는 듯하다”고 비꼬았다. ○이재명 “공정경제 회복해야”민주당은 은행권의 이익 규모를 강조하며 횡재세 처리에 힘을 실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금융권은 고금리로 엄청난 영업이익을 쌓고 있다”며 “사상 최대의, 상상하기 어려운 규모로 이익을 보고 있는데 그만큼 국민과 기업이 부담을 안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원리금을 납부하는 분들은 납부이자액이 두세 배 늘었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라며 “횡재세 도입으로 공정한 경제 환경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성주 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은 윤 원내대표의 발언을 비판하고 나섰다. 여당의 횡재세 비판이 보도된 직후 김 부의장은 자신의 SNS에 “(민주당의 횡재세는) 조세가 아니라 부담금 방식의 기여금으로 설계했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 될 것이 없다”며 “이미 은행들은 사회공헌 명목으로 막대한 기부를 하고 있는 만큼 반대할 이유도 없다”고 적었다. 이어 “완전경쟁체제가 아닌 과점체제인 은행들이 예대마진 차를 이용해 돈을 벌었다면 시장경제 원리와 무관한 것”이라며 “민주당의 기여금 방식은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조세정의 원칙에 맞는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양당 입장이 팽팽하게 갈리면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횡재세는 주요 입법 쟁점 중 하나로 떠오를 전망이다. “국민의 70%가 은행 횡재세 도입에 찬성한다”는 말을 이 대표와 김 부의장이 앞다퉈 하는 등 민주당은 횡재세 처리가 총선 득표에 도움이 된다는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정치권 관계자는 “윤 원내대표가 횡재세의 여러 문제점을 공개 지적한 만큼 여당이 반대 입장을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정기국회 기간 양당이 횡재세 처리를 놓고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노경목/한재영 기자 autonomy@hankyung.com